내 안의 멀티탭, 연결과 과부하의 반복

과부하가 걸린 감정은 잠시 내려놓고 진짜 나를 충전할 시간도 챙겨야 한다

by 라라


멀티탭이 없으면 우린 살아갈 수 있을까?

요즘은 디자인도 다양해지고, 칼라풀하고 예쁜 디자인의 멀티탭이 많아졌다.

멀티탭을 보고 눈이 돌아가는 건 처음이었다.

멀티탭의 기능만 잘 되면 샀었는데, 이젠 멀티탭도 디자인과, 안전한지 꼼꼼히 살피고 인테리어와 조화가

잘 되는 것까지 꼼꼼히 확인해서 멀티탭을 구입한다.

멀티탭의 위험성으로 인하여 뚜껑이 있고, 전기 절전을 위해 스위치가 한 개씩 각각 부착되어 있다.


내가 20대 후반인 시절만 해도 멀티탭에 일일이 뚜껑을 하나씩 꽂아서 쓰는 덮개가 있을 뿐이었다.

어느 날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의 아들이 30개월쯤 되었을 때인데 식탁에서 남편과 같이 저녁을 준비하는

와중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지도 몰랐던 젓가락을 가지고 놀고 있었나 보다.

젓가락을 가지고 놀던 아이는 멀티탭의 구멍이 신기했는지 멀티탭 구멍에 젓가락을 찌르려고 안간힘을 다하지 않았을까 싶다.

갑자기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동시에 찌지직 소리와 타는 냄새가 나서 뒤돌아보니 아이의 손이 젓가락을 잡은 채 손이 멀티탭에서 떨어지지 않아 겨우 빼냈다고 했다.

난 상상이 잘 안 가지만 아이의 손이 화상을 입고 새끼손가락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했다.


동료의 아이는 화상병원에 가서 화상치료를 먼저 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새끼손가락의 신경이 제대로 기능을 할 수가 없어서 절단을 해야만 했다.

새까맣게 변해가는 손가락을 어떻게든 살려두고 싶다던 동료는 아이의 다른 손가락까지 기능을 다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에 추후 수술 일정을 잡고 왔다.

나에게 기대 가슴속 깊은 슬픔을, 그동안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렸다.

난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서 등만 토닥여 주었던 기억이 난다.



동료는 말했다.

수술을 해서 손가락이 네 개라도 있는 게 어디냐며, 그동안 마음 고생했던걸 잊으려 애쓰는 게 보이는데

그걸 참으며 '장애등급이 나왔어'.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게 많네'. 구슬픈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땐 괜찮아진 건지 괜찮은 척을 하는 건지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과부하가 걸린 것 같았다

어떻게 위로를 해주어야 할지도 몰랐다. 마음만 아팠다. 같이 울어주기만 했다.

그 뒤로 여러 가지 사고사례들이 나온 뒤 뚜껑이 부착된 멀티탭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나씩 사용하는 것만 켜놓을 수도 있는 기능까지 추가되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삶도 멀티탭과 다르지 않다.

가끔은 용량을 넘어서 버거울 때도 있다.

그럴 땐, 잠시 플러그를 뽑아야 한다.

모든 걸 동시에 연결하려다 결국 스스로 타버리지 않도록.


과부하가 걸린 감정은 잠시 내려놓고 진짜 나를 충전할 시간도 챙겨야 한다.

인생도 결국, 연결과 과부하의 반복 속에서 배워가는 여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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