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영욱
감각적인 문체와 내면의 언어로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 온 산문 작가다.
그는 화려한 수사보다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글쓰기를 해왔다.
위로를 건네는 듯하면서도 감정의 가장 날것인 부분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이 그의 글이 가진 독특한 힘이다.
-이 책은 세 편의 사랑 이야기를 산문집의 형태로 담아낸다. 주인공과 수, 비, 원이라는 인물들이 사랑을 매개로 맺고 끊는 관계 속에서, 작가는 사랑의 빛나는 순간보다 그것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감정의 잔여를 오래 바라본다. 설레임이나 행복보다는 균열, 상실, 그리고 닳아가는 마음의 결을 담담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사랑을 '닮음'이 아닌 '닳음'으로 표현하는 이 책은, 관계 속에서 변해가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산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가볍지 않았다. 비유적인 표현들이 오히려 더 적나라하게 느껴졌고, 어떤 문장은 읽다가 멈추게 만들었다.
작가는 사랑을 구원이라 부르면서도 동시에 상실이라고 말한다. 헌신과 배려, 이해라고 부르는 것들조차 결국 나의 욕망과 맞닿아 있다는 고백은 불편하면서도 부정하기 어려웠다. 우리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나의 공허를 채워줄 존재로 세운다는 문장 앞에서, 스스로의 사랑이 과연 얼마나 순수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불편한 질문이었지만 외면할 수가 없었다.
-또한 우울하거나 마음이 괴로울 때 옆으로 돌아눕는다는 대목은 의외로 오래 마음에 남았다. 거창한 해결책이나 성장의 서사가 아닌, 그냥 마음을 쏟아 내고 흘려보내는 것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조용히 위안이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사랑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다시 점검하게 되었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나도 모르게 품고 있었는데, 작가는 그 전제 자체를 흔든다. 사랑이 아름답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실패한 사랑은 아니며, 미완이라고 해서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 오히려 상처와 균열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바라보려는 태도가 진짜 사랑에 더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우연이 겹쳐 세계가 만들어졌고, 우리는 그 우연 속에 태어나 시대를 유영한다는 말처럼, 삶을 내가 완전히 통제하거나 설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더 단단하게 살아가는 방법일 수 있다고 느꼈다. 과거의 어둡고 비루했던 시간조차 결국 쓸 만했음을 깨닫는다는 문장은, 지금 당장 이해되지 않는 나의 시간들에 대해서도 조금은 느긋해져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