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엔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생각을 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지냈다.
기다림조차 길고, 하루가 커다란 세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어느새, 삶은 바쁜 발걸음으로 내 앞을 스쳐간다.
봄이 온 줄도 몰랐는데 벚꽃은 이미 찾아볼 수가 없고, 누군가의 웃음소리도 미처 담기 전에 멀어져 간다.
이렇듯 우리의 삶도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 차 있으며, 시간이라는 무게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삶 속에서 우리는 종종, 어느 순간에 머물 때가 있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마음을 건드릴 때,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오래도록 울릴 때, 조용한 새벽에 문득
자신과 마주할 때, 그 잠깐의 멈춤은 나를 다시 살게 한다.
흐르는 삶 속에서 우리는 일상에 쫓기며 살아간다.
아침에 알람이 울리면 바쁘게 준비하여 출근하고, 하루의 업무를 마치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
이런 반복 속에서 우리는 시간을 잃어버리곤 한다.
그런데 그중 어떤 순간은 시간을 멈추게 할 만큼 특별하다.
사람과의 대화, 자연의 경치, 혹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있는 것 , 이러한 순간들은 우리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멈춤은 낭비가 아니다. 그것은 다만 '지금'을 느끼는 일이다.
지나간 일에 미련을 두지도 않고, 오지 않은 미래를 조급히 바라보지도 않으며, 바로 이 자리에서,
나라는 존재가 살아 있음을 실감하는 일이다.
흐르는 삶은 멈출 수 없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순간을 선택할 수 있다.
사랑을 담아 말하는 일, 눈을 마주치는 짧은 찰나, 뜨거운 햇살에 눈을 가늘게 뜨는 여름 오후.
이런 순간들이 모여 우리 삶을 빛나게 한다.
진정한 행복은 흐르는 강물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 속에 있기도 하지만,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소중한 '머무는 순간'을 기억하고 누릴 줄 아는 여유에서 찾아온다.
언제나 흐르는 시간 속에서 우리를 멈추게 하는 순간들을 기억하며, 더 나아가 그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마음껏 느끼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이젠 시간을 잡고 싶어도 멈추질 않는다. 더 빨리 더 멀리 도망간다. 내가 잡을 수 없을 만큼
삶이 무뎌질 때쯤 나의 지금의 모습을 살펴본다.
언제까지나 살아갈 인생일지는 모르나 우리의 삶을 찬찬히 바라본다.
그러니 너무 급히 지나치지 말자.
삶은 흘러가지만, 그 흐름 속에 우리만의 작은 정원을 가꿀 수 있다.
기억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순간을 위해, 오늘도 잠시 멈춰 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