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를 기억하게 만든다
흔적들이 사라지니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온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닌데.....
기억하고 싶지 않은 흔적들까지 모두 사라지니 마음이 후련해질 줄 알았는데,
모든 기억이 다 사라지고 나니 공허함만 존재한다.
기억하고 싶었던 것들도 있었는데 모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내 삶이 송두리째 사라진 기분이다.
예전엔 '흔적'이라는 단어가 조금 거창하게 느껴졌다.
뭔가 큰일을 해내거나, 특별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만이 남길 수 있는 것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흔적을 남기는 일이라는 걸.
스무 살 무렵엔 미래에 대한 계획이 가득했다.
어떤 직업을 가질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무슨 말을 들으며 살아가고 싶은지.
무언가 '나답게'살아야 할 것 같고 그래야 흔적도 남을 것만 같았다.
그땐 '흔적'이란 나만의 이름을 세상에 새기는 일이라 믿었다.
그런데 살아보니 인생은 그렇게 선명한 선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계획은 어긋나고, 감정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때로는 멈추기도 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겪고, 때로는 뜻하지 않게 혼자가 되는 순간들이 찾아왔다.
그 모든 과정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조용한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어떤 날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흔적이란, 크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
하루 종일 지친 친구에게 보낸 짧은 메시지, 우연히 마주친 낯선 사람에게 건넨 미소, 그런 순간들이 모여
결국 나를 기억하게 만든다.
나는 지금도 매일 선택을 한다.
조금 더 부드러운 말투를 쓸지, 오늘은 잠시 내 감정을 접고 누군가를 안아줄지.
이런 선택들이 때로는 무겁고, 때로는 지치게 하지만, 결국 그것들이 내 흔적이 된다.
사라진 흔적에 연연해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