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나온 발자취
사는 게 쉬운 것 같다가도 어려운 게 인생인 거 같다
어제는 기분이 좋았다가도 오늘은 기분이 별로인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에 의해 나의 기분과 감정이 좌지우지되는 걸 극도로 싫어하면서도
그게 잘 되지 않을 때가 너무 많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게 나의 삶이라면
멍하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을 때는 내가 뭘 해야 할까?
나는 이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 할까?
내가 이렇게 약을 오랫동안 먹는 걸 사람들은 모른다. 남편조차도 잊어버린 듯하다.
이것도 병이라고 봐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이 약들이 없으면 불안하다.
갑자기 몰려오는 두통이 무서운 것처럼.
갑자기 공황이 몰려올까 봐 무섭기도 하다.
2박 3일간의 여행을 가는 동안 제일 먼저 챙겼어야 할 약을 빼먹었다.
다른 약들은 항상 가지고 다녀서 상관이 없었는데 밤에 잠을 잘 들지 못하고 잠을 들더라도 몇 시간 간격으로 잠을 자다 깨곤 하는 나의 잠버릇과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밤에 자기 전에 먹는 약이 있는데 그 약을 하나도 안 챙겨간 것이다.
역시나 이틀 동안 1~2시간 정도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
그 조그마한 공간에서 잠도 못 자고 눈을 감고 주기도문을 외우고 그래도 잠이 안 들면 책 읽어주는 앱을 듣고..... 하지만 아무것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냥 일어나서 책을 읽을까 했는데 책을 읽을만한 공간이 없어서 그럴 수도 없었다.
나는 왜 잠을 못 자게 됐고, 이 약들을 이렇게 오랫동안 먹어야 했을까?
30대 때 가벼운 우울증이다 생각하고 먹기 시작했었는데
두통이 심해지면서 두통약과 같이 우울증 약을 먹게 되고...
그러면서 갑자기 공황이 찾아오고....
잠도 잘 못 자고 날을 세는 일들이 생기니...
반복되었던 것 같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두통이 생기고 두통이 생기면 우울해지고, 우울해지면 불안해지면서 공황이 오고... 그럼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이런 고질적인 악순환이 반복이 되었던 것 같다.
긍정적으로 지내보려고 책도 읽고 감사일기도 쓰고 운동도 하고...
다양한 노력을 하니 효과를 볼 때도 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약을 끊지는 못하고 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두려움이란 무게가 날 짓누르고 있나 보다.
아이들이 점점 커 카면서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도, 좌절하기보다 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혹시라도 내가 일찍 죽게 됐을 때 아이들이 살 집과 먹고 쓸 돈이 없다면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을 하면 정말 앞이 캄캄하다. 책임감이 없는 부모가 되는 것 같아서 절대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그래서 내가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동기를 더 자극받는다.
하지만 어쩔 땐 이런 것들이 너무 과하게 부담이 되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이루지 못했을 때의 불안감이 올라오는 것 같기도 한다.
마음을 가볍게 가지려고 노력을 하는데 잘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걱정, 근심 모두 없는 세상이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을 때도 가끔은 있다.
조용한 나만의 동굴로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라고 그 사람들하고 다를게 뭐랴.....
평범한 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
남들은 없는 얼굴에 홍조와 그 위에 까맣게 덮은 나의 기미 덩어리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무게를 말해주는 것 같아서 가끔은 어깨가 무겁고 삶이 서글프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제야 기미를 열심히 치료 중이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의 붉은 홍조가 더 보기 싫다.
나이를 먹으니 이제 갱년기 증상인지 뭔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내가 더 잘 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