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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현 Nov 13. 2024

난 항상 특이한 사람이었다

INTJ의 고뇌

난 늘 '달랐다'. 어디를 가든, 무얼 하든,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항상 다른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느낌은 없었다. 어렸을 적 미술 시간에는 난해한 그림을 그려 선생님이 평가를 포기했고, 관심사 역시 건축, 미술, 역사 등 그 또래가 좋아할 만한 것들은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MBTI검사를 해 보니 INTJ가 나왔다. 


INTJ. 장단점이 매우 뚜렷한 성격이다. 창의적이고 머리가 좋지만 그 반면에 사회성, 친화력이 떨어진다. 스타워즈의 펠퍼틴, 해리포터의 스네이프 교수와 같은 사람들을 떠올리면 비슷할 것이다. 물론 이들은 일부러 그런 이미지로 연출된 것이지만, 현실의 INTJ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딘가 차갑고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인 것이다. 


문득 내 필기 노트를 들여다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읽지 못할 것이다. 한글, 한자, 일본어, 영어 그리고 콥트 문자까지 섞여 있다. 어느 날 누가 필기를 보여 달라고 해서 줬더니 잊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내 방도 조금 다른 것 같다. 아파트 브랜드의 로고를 인쇄한 포스터를 붙여 놓았고 구석에는 건물 모형들이 가득하다. 거기에 조명 장치들과 모니터까지 무슨 실험실 같다. 가끔 내가 보아도 신기할 지경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와 잘 맞는 누군가가 있다. '어, 전에 비슷한 사람을 본 것 같은데?' 하는 질문이 떠오르는 사람도 많다. 친구, 연인들을 보면 정말 비슷한 쌍들이 많아 신기하기도 하다. 내가 아는 두 교수님은 외모를 제외한 모든 것이 같다. 목소리, 말투, 심지어 수업 방식까지 판박이지만 둘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가족, 친척도 아닌데 그렇게 닮은 것이다.


반면, 난 지금까지 닮기는커녕 비슷한 사람도 본 적 없다. 내 성격과 사고방식은 어쩌면 너무 특이한 '한정판'일지도 모른다. 

내가 만든 내 회사(?) 상상도. Source: ME

가끔 내 로고를 스스로 디자인하고, 그 로고가 붙어있는 건물을 상상하곤 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모델링을 하고 재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아직 한 명도 발견하지 못했다. 인터넷과 유튜브에는 많지만 어쩐지 현실에는 잘 없는 INTJ 유형이다. 나와 맞는 사람을 찾기도 배로 어렵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세상에 하나뿐인 꽃'이라는 노래에서는, 사람 한 명이 마치 서로 다른 꽃과 같다고 한다. 장미가 예쁘다고 코스모스가 안 피겠는가? 사람을 비교하는 건, 내 생각엔 빨간색과 파란색 중 어떤 게 더 아름다운지 논하는 것과 같다. 처음부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모두가 예쁜 꽃인데 그 속에서 우열을 가리는 건 말도 안 되니까. 


우린 때로는 서로를 비교하고 '왜 난 그 사람보다 못할까'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모두가 뛰어나고, 남과 비슷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한 건물만으로 이루어진 도시는 아무런 매력이 없을 것이다. 한 가지 색으로 된 무지개는 무지개라고 할 수 없다. 우리는 서로 다르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서로 다른 우리가 모일 때 진정한 꽃다발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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