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라면이라면?
몇 시간 전 필자는 '뺏어 먹는 라면이 더 맛있다'라는 글을 게시한 직후 식욕을 참지 못해 바로 라면을 먹으러 갔다. 그런데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 것. 세제에 라면을 끓여 먹고 말았다.
물론 세제 용액에 수프를 넣고 끓인 것은 당연히 아니다. 다만 설거지를 잘하지 않아 세제가 남아 있는 냄비에 라면을 끓여버렸다. 얼마 안 되는 양의 세제였지만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필자가 끓인 건 짜장라면이었다. 글에서 언급한 '짜계치'를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한 욕심에 떡도 넣고 계란도 톡 넣었다. 필자는 그 재료들이 잘 익어 맛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엄청난 거품이었다. 끓이기 시작한 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아 하얀 세제 거품이 넘실대더니 모든 재료를 삼켜버렸다. 거기에 떡은 눌어붙고 세제와 계란이 뒤섞여 기묘한 라면이 되었다.
그 라면 사태를 정화하느라 힘들었다. 연실 숟가락으로 거품을 퍼 나르고, 문제의 계란은 제거되었다. 그래도 세제 특유의 상쾌한 향이 라면 면발을 휘감았으니 독자 여러분들은 대충 어떤 상황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건더기와 떡, 계란과 세제가 어우러져 그야말로 죽이 되었다.
불행 중 다행이었던 건 짜장 라면이라는 사실이었다. 잘 알다시피 짜장라면은 물을 버리고 남은 면에 소스를 비벼 먹는 방식이다. 따라서 건더기는 버리고 물은 제거하여 라면을 먹을 수 있었다. 물론 그것도 감지덕지 아니겠는가. 남은 라면 면발에서는 찌든때가 제거된 묘한 맛이 났지만 어쩔 수 없지 뭐.
그리도 라면을 향한 열정은 식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