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식당부터 LA까지
난 첫 출근길에 나섰다. 첫 출근 이전에 참 많은 걱정이 앞섰다. "원래 식당은 항상 칼 같고 질서와 순서가 필수인 곳이니 피로가 많이 쌓일게 분명해"하며. 그래서 요식업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 정말 많이 물어봤다. 실제로 식당은 미국 드라마 '더 베어'처럼 운영되는가
마침 미국 드라마고 요식업을 다루는 작품이기에 미국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음식점이자 사장님의 타코에 대한 확고함이 뚜렷하고 모든 재료가 수제작이라 이런 한 편 한 편의 텐션이 극한이고 뒷목이 땅겨지는 분위기를 예상했다. 심지어 인터뷰도중 사장님이 제이미(사장님의 애인)께 "나는 제이미가 요리할 때가 제일 무서워 매일 욕하잖아" 그리고 "아냐 나는 주방에선 욕 안 해 밖에서 하지" 이 말을 듣고 난
하.. 이제 막 전역했는데 일병 때로 다시 돌아가는구나 했다.
첫날엔 가게 오픈 전 전체적인 청소를 하고 직접 제작하신 테이블을 배치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테이블의 디자인, 레스토랑의 조명, 차곡차곡 쌓이는 데낄라부터 병맥주까지 이 모든 게 나의 설렘을 일으켰다. 긴장이 아닌 설렘이었다. 가게의 오픈팀으로 시작하다 보니 애정이 생겼던 것이다. 내가 사장님이 아닌데 같이 이끌어서 정말 멋있고 맛난 타코집이 되기를 기도했다.
우측 사진 보라색 LED가 나의 설렘을 일으켰다. 언제쯤 꼭 바에서 일해보고 싶었는데 밤에는 그런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음에 마음을 설레면서 오픈 준비를 했다. 두 번째 날은 고기 굽기를 배울 겸 서빙 보조하러 본점인 퇴촌으로 향했다. 퇴촌까지 40분가량의 기나긴 시간을 버스를 타코 퇴촌시내에서 내린 후 다시 버스를 타야 하는데 타코집까지 가는 버스 배차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하루에 3번인가 4번은 가나..? 그래서 그 무섭다는 제이미께서 다행히 픽업을 해주신다고 하셨다. "어라? 환하게 맞이해 주시네?:" 그렇다. 사장님이 말하신 건 다 농담이었고 누구보다 잘 웃으시고 긍정과 솔직함을 믿으시는 분이다. 퇴촌 타코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침부터 고기 굽는 향이 진동을 했다. 이렇게 맛있는 냄새를 절대 지나치지 못하는 그런 장소였다. 한껏 기대한 마음에 가게 내부로 들어간 후 고기 굽는 법을 배웠다. 이 전부터 요리에 관심도 많고 캐나다, 호주 갈 때마다 친구들, 가족들이 내 음식이 맛있다고 항상 칭찬을 해줬는데 어라? 고기가 타고, 덜 익고 난리가 났다. waber 브랜드 바비큐 그릴을 사용했는데 처음이기도 하고 단순히 고기 굽기를 만만하게 보면 안 되는 것이었다. 사실 웨버그릴을 바비큐 초짜부터 사용한 건 행운이었다. 마치 막 운전면허 딴 초보운전사가 하이엔드 자동차를 타는 느낌이랄까? 심지어 스테인리스 철판으로 사용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사실 이땐 웨버그릴이 중저가 브랜드인 줄 알았지만..) 고기를 다 굽고 나서 이제 손님맞이를 할 차례다. 메뉴판을 보여드리고 주문을 받고(서버) 포스기에 찍은 후 주문된 요리는 주방에 있는 메뉴 용지 기기로 나오는 시스템이다. 그 후 바로 조리가 시작됐다. 처음 주문을 받는 일이었고 거의 몇 년 만에 해보든 서비스직이라 심각하게 긴장했었다. 손님과 자연스러운 대화유도는 무슨 손님보다 말을 못 했다. 주문을 받고 바로 이제 주방에서 셰프님 옆에서 조리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이 뜨거운 철판과 그릴 스파튤라와 함께 시작된 요리. 이런, 고기가 타거나 덜 데워서 식감은 엉망진창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데우면 다 똑같지 했는데 너무나도 다른 식감과 다른 향이었다. 너무 어려웠던 '데우기' 그리고 '굽기' 하루정도 본점에서 요리를 배우고 이제 실전 아닌 실전으로 넘어갔다. 다음날 아침에 기상 후 바로 출근길에 나섰다. 왕복은 거의 3시간. 설레면서 긴장되는 입장과 함께 본점에서 같이 일하셨던 선생님과 같이 주방을 봤다. 사장님, 제이미까지 다 같이 첫 손님맞이를 준비하는데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