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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순이 이야기

프롤로그

by 설여사

지금은 개명을 했지만 내 이름은 50년 동안 용순이었다. 불 뿜는 용, 즉 드래건 용(龍) 자에 순할 순(順)이다. 즉 순한 용이라는 뜻이다. 순한 용도 용은 용이다. 가끔 불을 뿜을 수도 있다는 소리다. 사람이 이름대로 산다고 했던가. 나는 그 말이 제일 싫다. 촌스런 이름도 싫은데 뜻도 쎄다. 외할머니가 돈까지 주고 지은 이름이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촌스럽고 쎈 이름을 지어왔던 것일까?


첫 외손녀가 행복하게 살라고 돈까지 주고 이름을 받아 왔을 텐데 어린 용순이는 참 힘들게 자랐다.

무지하고 불행한 부모의 첫 번째 딸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부모의 사랑은커녕 의무만 잔뜩 짊어지고 힘들게 자랐다.


다행히 나를 사랑해 주는 착하고 순박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부모를 떠나서야 인생이 나아지기 시작했지만 어려서 형성이 안된 부모와의 관계는 나이 들어서도 어렵고 가끔 힘든 일이 생기면 내 안에 숨어있던 부모에게 사랑 못 받고 힘들게 자라 서러운 어린 용순이가 괴물이 되어 튀어나와 나를 괴롭힌다.


지금이라도 무지하고 불행한 삶을 살았던 부모 밑에서 힘겹게 살아야 했던 어린 용순이를 토닥여 주고 싶다.


그래서 용순이의 이야기를 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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