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고요 위를 걷는 사람

해가 떠오르기 직전, 도시는 가장 얇은 빛에 잠긴다. 어둠이 완전히 물러나지 않았으나, 그 침묵 속에서 세상은 이미 다음 페이지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이 시간의 경계를 사랑한다. 거대한 사건이 부재하는 찰나, 바람은 막 잠에서 깬 사람의 흐트러진 감각을 날카롭게 훑고 지나간다. 그 서늘함은 피부 깊숙이 스며들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무언의 신호였다. 거리에는 인공적인 소음 대신, 낮은 호흡만이 감지되는 듯했다. 이 새벽만이 드러내는 무늬는 설명을 거부하는 묘한 기운을 품은 채 조용히 펼쳐졌다.

오랫동안 나는 이 틈을 걸었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일정한 거리를 걷는 동안, 발끝 아래로 전해지는 지면의 온도는 느린 곡선처럼 변했다. 주변에서 스며 나오는 묘한 맥은 마음 한쪽에 오래 남아 있던 희미한 기척을 살짝 흔들었다. 그 흔들림은 애써 다루지 않아도 스스로 정리되는 흐름을 만들었다. 나는 언제나 이 고요 속에서, 나만의 질서가 숨을 고르고 있음을 알았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작은 변화들이 조금씩 형태를 얻었고, 하루의 분위기를 얇게 바꾸어놓던 그 틈은 강한 자극보다 오래 지속되었다. 보이지 않던 실마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그날도 다르지 않았다.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 서서 불빛이 바뀌기를 기다리던 짧은 순간. 나는 멀리서 다가오는 사람들의 보폭에 시선을 두었다. 보폭은 모두 달랐다. 빠른 걸음을 가진 이의 굳게 다문 입술과 어깨에서는 필사적인 긴장의 자국이 읽혔다. 느린 걸음으로 땅을 딛는 이의 손끝은 그날의 피로나 편안함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아무런 관련이 없는 타인이었지만, 그 움직임 속에 내재된 사연을 읽으려는 듯 눈길은 오래 머물렀다.

흥미롭게도, 해결의 조각은 방법을 찾으려 골몰하는 시간보다 멈춰 서 있는 틈에 더 자주 풀렸다. 생각이 한쪽으로 과열되어 치우친 날일수록, 이 짧은 정지의 장면은 생각의 팽팽한 긴장을 끊는 역할을 했다. 규칙적으로 움직이던 마음의 톱니바퀴가 어긋난 지점에서 균형을 되찾는 과정. 그것은 언제나 이 고요한 멈춤의 순간을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