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문지방을 넘는 시간, 고요를 조각하는 의식
모두가 잠든 시간, 세상은 깊고 아득한 바다처럼 가라앉아 있습니다. 그 푸르스름한 어둠 속에서 눈을 뜹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새벽 4시는 축복이자 형벌입니다. 오로지 나만이 깨어 있다는 안도감, 그리고 끝없는 백지를 홀로 감당해야 한다는 막막함이 함께 밀려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새벽, 저만의 작은 의식을 치르며 글의 문을 엽니다. 이것은 글을 쓰기 위한 준비라기보다, 글이 제 발로 걸어오게 만드는 정성스러운 초대입니다.
먼저 책상 한구석에 어제저녁 산책길에서 주워 온, 잎맥이 마른 참나무 잎 하나를 놓습니다. 깊은 잠으로 빠져들기 전 미리 던져둔 '시간의 닻'입니다. 밤새 꿈속을 떠돌다 돌아온 정신은 논리보다 감각에 더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손끝에 닿는 바스락거리는 질감, 잎사귀에 밴 서늘한 늦가을 냄새. 그 작은 조각이 순식간에 어제의 기억을 불러옵니다. 어제의 마지막 문장과 오늘의 첫 문장 사이, 끊어졌던 시간의 매듭은 그렇게 다시 이어집니다.
준비된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고, 굳어 있는 입술을 떼어 봅니다. 비장한 각오는 잠시 접어둡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