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미 모든 것을 가졌으며, 이제 그 풍요를 누릴 차례다"
이 글의 제목을 보며 아마 고개를 저었을지도 모릅니다. “가진 게 많다고? 내 통장 잔고와 쌓인 고지서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올까.” 혹은 “운이 좋은 소수의 이야기겠지”라며 마음의 문을 반쯤 닫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 적힌 문장들은 없는 것을 찾아오라는 숙제가 아닙니다. 이미 손안에 쥐고 있는 여섯 개의 열쇠를 함께 확인해 보자는 약속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여섯 개의 열쇠를 실제로 쓰게 만드는 일곱 번째 방법을 조용히 건네려 합니다.
창틈으로 스며드는 빛보다 먼저 깨워주는 소리가 있습니다. 곁에 누운 이의 고른 숨소리, 혹은 거실에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달그락 거림입니다. 이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본질이며, 고된 하루를 버티게 하는 단단한 지지대와 같습니다.
지난 화요일 새벽, 빗소리에 잠이 깨어 거실로 나갔을 때의 일입니다. 아내는 식탁 등에 불을 켠 채 이른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고,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 냄새가 집안을 그윽하게 채우고 있었습니다. 나를 보며 “비 오네, 따뜻하게 입고 나가요”라고 건넨 그 짧은 한마디.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 나를 위해 하루를 먼저 시작하고, 나의 안녕을 빌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축복인지를 말입니다. 마음 한구석에 이 다정함을 품고 집을 나서는 사람은 세상 그 어떤 찬바람도 두렵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커다란 동력으로 이미 충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뒤이어 마음을 가볍게 하는 것은 세상을 감각하는 깊이입니다. 특별히 어디가 쑤시지 않고, 의지대로 기지개를 켜며 오늘 날씨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면 가장 귀한 선물을 받은 셈입니다. 통증이 없다는 사실은 오늘이라는 무대를 마음껏 누비도록 몸과 마음이 가지런히 정돈되었다는 신호입니다. 아픈 곳 없는 몸은 세상을 아름답게 그려낼 준비를 마친,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그릇입니다.
신발 끈을 묶고 나설 때, 당신이 향할 곳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그것은 당신의 ‘쓸모를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때로는 출근길이 무겁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자리가 있고, 내가 땀 흘려 가치를 만들어낼 무대가 있다는 것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당신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세상은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여기에 당신의 보폭을 더욱 당당하게 만드는 비밀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을 스스로 설계하는 권한’입니다. 만약 당신에게 갚아야 할 빚이 없다면, 당신은 누구보다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많은 이들이 미래의 시간을 미리 빌려 쓰는 대가로 오늘을 저당 잡힌 채 살아갑니다. 하지만 마음의 짐이 없는 당신은 오늘 하루의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뜻대로 채워갈 수 있습니다. 빚이 없다는 것은 당신의 삶이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맑은 상태라는 선언입니다.
해진 저녁,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나서 웃음 지을 수 있는 친구가 곁에 있는지요. 이는 삶이 흔들리는 순간 마음을 지탱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과 같습니다.
진정한 친구는 겉으로 드러난 성취에 환호하기보다, 깊은 한숨 뒤에 가려진 마음의 고단함을 먼저 헤아려주는 사람입니다. 화려한 수식이나 요식 행위와 같은 위로가 없어도 충분합니다. 그저 편한 차림으로 마주 앉아 시원한 물 한 잔 나누며 삶의 궤적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인생이라는 거친 길에서 더없이 소중한 동행을 얻은 셈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허물까지 포용하는 그 너른 마음들 덕분에, 오늘 하루는 상처 없이 무사히 안식에 듭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낡은 구두를 벗고 들어선 그곳은 당신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반’입니다. 비바람을 막아주는 지붕 아래, 나만의 냄새가 배어 있는 이불속으로 몸을 밀어 넣는 순간을 떠올려 보십시오.
이곳은 외부의 모든 잣대로부터 당신을 지켜주는 유일한 성소입니다. 잠자리가 편안해야 내일의 꿈도 선명해집니다. 안전한 안식처에서 깊은 잠에 드는 것은 지친 영혼을 다시 맑게 씻어내는 정성스러운 의식입니다. 돌아갈 품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내일 아침 다시 깨어날 자리가 있다는 것은 당신의 삶이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뿌리를 내렸다는 증거입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 집 안이 가장 고요해질 때가 옵니다. 이때 당신의 하루에는 일곱 번째 열쇠가 더해집니다. 바로 ‘글로 나를 다시 세우는 힘’입니다.
어제의 기쁨과 실수,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마음속에 엉켜 있다면 몇 줄만 적어 보십시오. 무엇이 나를 웃게 했는지, 무엇이 나를 지치게 했는지, 오늘 나를 살린 장면이 무엇이었는지. 길 필요도 없습니다. 문장 하나면 충분합니다.
하루를 글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은 그날을 두 번 삽니다. 한 번은 사건으로, 또 한 번은 의미로. 이 두 번째 하루가 쌓이면, 삶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글쓰기는 기록이 아니라 존엄을 회복하는 행위입니다. 오늘을 스스로 해석하는 사람만이 내일을 남의 말이 아닌 자신의 언어로 살아갑니다.
더 큰 것을 움켜쥐려 애쓰는 사이, 정작 손바닥 안에서 반짝이던 일상의 보석들이 모래알처럼 빠져나갔음을 뒤늦게 깨닫곤 합니다. 사랑하는 이의 고른 숨소리, 고통 없이 감각하는 신체, 나를 기다리는 일터와 빚 없는 마음의 경쾌함. 여기에 안부를 묻는 우정과 아늑한 안식처, 그리고 오늘을 영원히 정착시킬 문장 한 줄까지.
이제 거울 속의 눈동자를 깊이 응시하며 조용히 선언해 봅니다.
오늘 아침, 사랑하는 얼굴을 마주했다.
당당한 발걸음으로 삶의 무대를 향했다.
결핍의 무게를 내려놓고 저녁노을을 맞이했다.
마음을 나눌 동행이 있고
몸을 누일 공간이 있으며
나를 지켜낼 문장 하나를 쓸 수 있다.
이미 생의 모든 것을 지녔다.
이제 결핍의 허상을 좇지 않는다.
스스로를 옥죄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한 기쁨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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