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내겐 눈 닿는 곳만이 존재하는 거야
내가 보지 못하는 내 뒤편에서는 우주가 만들어지고 있지
그래서 그런 걸까
나는 그대마저 어쩌면 내가 뒤를 돌았을 때 사라질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
그대를 내 그림자와 동급으로 여기며
어차피 사라질 것이라는 마음을 먹고 있었나봐
그러니 이렇게 그대를 잃고 나서야
후회하고 있는 거겠지
내게 들이닥친
그대의 죽음은
좁은 시야의 감상으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설움의 폭포이며
억울함의 잔재야
사고는 우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모든 사고는 우연에 얽혀있어
그대를 밀쳐내 버린 파란 트럭에게도
그 트럭을 몰던 운전기사에게도
우연에 우연이 겹쳐진 것일 거야
하필이면 그대가 그대로 결정된 것도
우연이라는 말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겠지
물기가 가득 담긴 구슬픈 곡소리가
병풍 뒤의 그대에게
향 냄새에 포장된 채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날아가면
그대는 저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데 하며
혼자 중얼거리는 나의 목소리는
그대를 제외하면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지
그대가 없는 지금은 누구도 들을 수 없는
구체적으로 쇠약한 혼잣말일 거야
나의 모든 말들과 대화들도 말이지
그대의 수의와
그대의 몸과
그대의 영혼마저
자그마한 상자의 흰 가루로 남겨지고
나머지는 흰 연기로 흩어질 때
하늘을 가득 채운
커다란 뭉게구름을 보며
모든 것들이 제 할 일을 마치면
저곳으로 갈 거라고
그렇게 말했던 그대이기에
난 조금은 안심하며
그대의 검은 리본 달린 사진 앞에서,
그대가 환하게 웃는 그 사진 앞에서
나도 웃으며 그대를 보내줄 수 있었어
그대의 껍데기뿐인 육신이 타올라
백색 가루가 될 때쯤이면은
그대는 무사히 뭉게구름 위에 올라
푹신함을 만끽하고 있을까
거센 삶에 치여버린
그대의 기억이 온전할지는 모르겠어
어쩌면 기억이 온전하지 않은 것이
그대에게 좋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하지만 내 욕심으로는
그대가 모든 걸 잊는다 해도
나만은 기억해줬으면 해
커다란 뭉게구름이 하늘에 드리운 날이면
나를 기억하는 그대가 나를 보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나도 그대를 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부디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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