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성장일기)
나의 직업은 가수들의 하모니를 채워주는 일이다.
가수들 뒤에서 노래하는. 코러스 가수라고 불리는 그 직업이 나의 첫 번째 직업이다.
목소리 하나로 그들의 빈칸을 채워주는 일을 감사하게도 20년째 하고 있다.
이 일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강의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어렸을 적
“하나님. 우주 대 스타가 되게 해 주세요”
라는 기도는 하지 않았다.
“하나님. 오래오래 노래하게 해 주세요.
목소리로 하는 모든 일은 다 경험해 보고 싶어요”
라고 기도한 덕에
우주 대 스타는 못되었고. 목소리로 하는 일들,
그리고 현재 까지도 목소리 하나로 먹고살고 있으니
어렸을 적 나의 간절한 기도는 이루어졌음에 틀림없다.
하모니를 채워 가면서,
또 학교에서 학생들과 하모니 수업을 하면서.
스쳐 지나간 인연들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20년을 넘게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했으니 말이다.
재밌는 사실은 난 단 한 명도 같은 목소리,
같은 말투, 같은 성격을 본 적이 없다.
너무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 당연함이 늘 놀라웠다.
어떤 사람은 고음역대가 너무 아름다워서,
어떤 사람은 중음역대가 너무 안정적이어서
어떤 사람은 저음역대가 주는 울림이 가슴을 치게 만든다.
이 서로 다른 존재들이 각자의 목소리로 같은 말과
같은 멜로디로 함께 하는 순간.
그 순간은 다름이 무엇보다 강력한 하나로 바뀐다.
그 순간의 짜릿함 때문에 난 이 일을 너무 사랑한다.
물론, 연습과정은 늘 힘들다.
연습 과정은 나의 모자람을 매번 인정해야 하고,
또 그것을 뛰어넘어야 하고.
오늘보단 내일이 더 좋아지겠지 매번 더딘 나를
인내해야 하는.
오랜 시간을 반복했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신기한 과정이다.
그럼에도 분명한건 끝을 알기에. 그냥 하는 것이다.
그냥 나아가는 것.
무대에 오르기 전 그리고 무대에서 내려와 우리는
“수고 하십시요. 그리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 이외의 말은 하지 않는다.
긴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의 과정에 어떤 노력과 기쁨이 있었는지.
함께 노래하고 연주하면서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위로했다.
그 안에서 서로의 존경과 감사,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후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었다.
“선배님, 제 목소리가 잘 섞이지 못하고 튈 것 같은데,
왜 저에게 함께 하자고 연락 주신 거예요?”
“난 너의 그 다름이 너무 좋고, 그리고 나한테 없는 게 너한테 분명히 있어서. 그래서 좋았어.
나한테 그게 너무 필요하거든.
그래서 함께 하자고 했지. 멋지게 하나 되어보자.”
대답하면서도 왜 이렇게 멋진 대답을 한 거냐며.
그래도 조금은 성장한 건가?
속으로 얼마나 뿌듯했던지.
서로 다른 너와 내가 같은 목적과 같은 뜻으로
함께 노래할 때.
우린 강력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하모니(Harmony) 의 의미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우주대스타는 못되었지만,
우주최강대스타 같은 수상소감 나도 한번 해보자.
“이 모든 하모니를 가능케 하시는.
하대표님께 모든 영광과 감사 올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