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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고는 소리에 담긴 세월의 흔적

코 고는 소리는 리듬을 타고 흐른다.

by 서강


할머니 방에서 들리던 코 고는 소리.

푸푸- 하며 울리던

그 소리에 귀 기울이던 어린 시절.

할머니 숨소리에 맞춰 내 숨도 고르게 쉬었다.

그땐 그저 정겹고 신기한 소리였다.



세월은 흘러

이제 내 방에서도 같은 소리가 난다.

한밤중 잠에서 깨어보니

할머니처럼 나도 코를 곤다.

예민하게 잠자리 가리던 모습도

머리 대고 누우면 그대로 잠든다.



인생은 참 묘하다.

피하고 싶은 모습마저 닮아가는 게 나이 듦이다.

할머니 손잡고 걷던 아이는

어느새 할머니가 되어간다.

태어남과 늙어감 사이 우리는 조금씩 익어간다.



할머니 방의 그 소리는

결국 내 방의 소리가 되었다.

푸푸- 하는 숨소리에 담긴 세월의 흐름.

한때는 멀게만 느껴지던 할머니 나이.

이제는 그 나이를 따라간다.



생로병사.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길.

할머니도 걸었고,

나도 걷고,

우리 아이도 걸어가야 할 길.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서로 닮아간다.



오늘 밤도 내 방에서 코 고는 소리가 울린다.

할머니의 그 정겨운 소리처럼.

세월은 참 신비롭다.

피할 수 없다면 닮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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