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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만났을 때, 사람마다 다른 대처법

by 서강


결핍에서 피어나는 행복의 씨앗


보슬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화요일 아침, 일상이라는 창을 열어젖힌다. 월요일 같은 화요일이지만, 왠지 설레는 마음 가득하다. 부산 동구에서 큰 행사가 준비된다는 소식에, 행사 시간만큼은 비가 잠시 휴식시간을 가져주기를 기도한다.


우리는 흔히 '위기'라는 단어 앞에서 진정한 자아를 마주한다. 침착함을 유지하는지, 허둥대는지, 아니면 화를 내는지. '위기 탈출 넘버원'이라는 프로그램이 문득 떠오른다.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 속에서 안전하게 탈출하는 프로그램이다. 위기는 언어의 장벽처럼 우리를 둘러싸기도 하지만, 그 순간 보이는 행동은 우리의 본질을 드러낸다.




한때 나는 명품 백을 갖고 싶었다. 시장 바닥에서 2~3만 원짜리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도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내심 '명품'이라는 가방을 한 번쯤은 들어보고 싶었다. 평생 그런 것을 가질 수 있을까 싶었다. 생각하면 끌어당긴다고 했던가, 인생은 변수의 연속이다. 때가 되니, 명품 백이 세 개나 생겼다.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갖고 싶던 것을 손에 넣고 보니, 결혼식장 갈 때나 빛을 보는 장식품이 되어버렸다. 막상 소유해 보니 시장표 '구르마가르뎅'이나 명품 백이나 내 일상에서는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내가 진정으로 손에 넣고 싶은 것은?

음................ 없다. 참 다행이다.

아니다. 곰곰 생각해 보니 있다.

볼보 SUV 차량이다.

안전을 위해서 가장 튼튼하다는 볼보와 꼭 함께 하고 싶다.




요즘은 건강을 위해, 그리고 아들 결혼식을 앞두고 '스위치 온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8일째다. 3월 1일부터 식단 일기를 작성하며 단백질 쉐이크와 저탄수화물 식단으로 내 몸에 어떤 영양을 공급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어제저녁, 책을 읽고 있는데 막내가 내 자세를 지적했다. "엄마, 꾸준하게 책 읽는 것처럼, 자세 관리도 꾸준하게 신경 좀 써." 자식의 걱정 어린 잔소리가 귀찮아 "니 방으로 가줄래"라고 내쫓았지만, 그 순간 깨달았다.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사색을 통한 알아차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만이 알 수 있는 깨달음, 내가 직접 보고 느낀 경험이기에 그 감동은 크고 설명도 생생하게 할 수 있다.




배가 고플 때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어떤 음식을 먹어도 맛있다. 하지만 배부른 순간에는 산해진미조차 맛이 없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결핍은 행복의 씨앗이다. 결핍이 있어야 소중함을 알게 되고, 그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며, 희망이라는 에너지가 생겨난다.


필사와 낭독, 감사와 해빙에 온전히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요즘, 결핍투성이인 삶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 모든 것을 다 가진다고 행복할까? 아니다. 오히려 비어있음이, 채워나가는 과정이 우리에게 진정한 기쁨을 선사한다.


비 내리는 화요일, 일상이라는 평범한 창문 너머로 행복의 의미를 다시 새긴다.



내 몸에 좋은 것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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