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들으면 들린다.
평일 오후, 애견운동장에서 햇살 아래 뛰노는 똘이와 신이. 하늘을 지붕 삼아 펼쳐진 순간, 박웅현 작가의 << '책은 도끼다'>>가 내면 깊은 곳까지 울림을 주었다. 순간, 이하영 작가의 말씀이 바람처럼 스쳤다. "천고가 낮으면 집중이 되고, 천고가 높으면 창의력이 샘솟는다." 하늘을 지붕 삼으니 생각도 날아오른다. 창의성이란 벗이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 천고마비의 계절, 책 읽기 좋은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책을 반납하러 국회도서관에 들어선 순간, 야자수처럼 생긴 소철 나무에게 이끌림을 당했다. "사방천지 모든 것이 말을 건넨다." 책 속 문장이 속삭였다. "나무의 말에 귀를 기울여봐." 잠시 나무를 응시하며 나무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나무와 나만의 대화가 시작됐다. "수많은 사람이 앉아서 책을 읽고 가는데, 내 말을 들어주고 내게 말을 걸어준 건 네가 처음이야. "그랬구나..." "그동안 너무 외로웠어. 사람들이 내 앞에 앉아서 나한테는 관심이 없고 책만 보고 떠났거든."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머리에 꽃을 꽂은 미친 여자처럼 보였나 보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처럼,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소리가 있다.
인간세계도 나라마다 언어가 다르듯 모든 사물에게도 각각의 언어가 존재한다. 영어가 유창하지 않아도 콩글리시가 통하듯 소통의 방식이 다를 뿐, 귀 기울이면 그들이 건네는 소리를 알아차릴 수 있다. 천지만물의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활짝 열어둔다. 지금 이 순간, 소철 나무와 나누는 대화는 세상이 이해할 수 없는 소통이다. 침묵 속에서 들리는 작은 속삭임, 그 속에서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발견한다. 창의성은 때로 듣지 못하고 지나쳤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생겨난다. 나무와의 대화는 그저 상상속애 있는 환상이 아니라, 천지만물을 지으신 하나님의 세상을 이해하는 또 다른 언어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