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 납치 시도 후의 흔적

by 서강


새벽 공기는 유난히 날카로웠다.
윤세하는 병원에서 나와 발걸음을 옮겼지만, 밤사이의 납치 시도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골목 끝 검은 밴의 차가운 문, 마스크를 쓴 사내들의 거친 손아귀, 그리고 어둠 속에서 그를 구해낸 알 수 없는 인물.


“왜… 나지?”
그는 중얼거렸다.


세탁소 문을 열자, 고요가 그를 맞았다.
그러나 고요 속에도 이상한 낌새가 있었다.
의자 하나가 기울어진 채 놓여 있었고, 평소 정확히 맞춰져 있던 세제 통이 미묘하게 옆으로 밀려 있었다.
누군가 다녀간 것이다.


카운터 아래 서랍을 열자, 작은 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거칠게 찢긴 메모지 위에는 단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도망쳐.”


그 순간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흘렀다.
누군가는 자신을 해치려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도대체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일까.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 없음.
그가 전화를 받자, 낮은 숨소리만 이어졌다.
“… 넌 이미 선택됐어. 거울을 벗어날 수 없어.”
뚝—. 통화는 단번에 끊겼다.


윤세하는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동자가 낯설게 흔들렸다.
‘나는 이제, 내 얼굴마저도 믿을 수 없는 걸까.’


그때, 세탁기 돌아가는 둔탁한 소리가 정적을 갈랐다.
마치 또 하나의 심장이 뛰고 있는 것처럼.


---> 12화에서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제10화 — 임시 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