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그들은 평소처럼 공원에서 함께 걸었다. 여전히 서로 다른 걸음걸이로 걷고 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자연스러웠다. 이제 그들의 발걸음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았다. 각자의 속도를 인정하고, 그 속도에 맞춰가며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우리 오늘은 조금 더 천천히 걸어볼까?” 그녀가 먼저 제안했다. 지난번에 그가 말한 것처럼, 그녀는 천천히 걷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말했다.
그는 잠시 고민했다. 그는 늘 바쁘게 살아왔고, 일을 할 때도 언제나 속도를 빠르게 맞춰왔기 때문에 천천히 걸어보자는 제안에 약간의 부담이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에 담긴 진지한 표정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천천히 걸어볼까? 오늘은 좀 더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자.” 그의 목소리에는 그동안의 긴장감이 풀려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천천히 걸으며 주위의 풍경을 한껏 만끽했다. 나무들의 잎사귀는 바람에 살짝 흔들리며 햇살을 받아 반짝였고, 멀리 보이는 호수는 잔잔한 물결이 일며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그들은 그 풍경을 함께 바라보며, 서로의 속도에 맞춰 걸었다. 속도를 맞추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중요한 건 서로의 속도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었다.
“예전에 나한테 천천히 걷자는 얘기를 듣고, ‘왜 이렇게 천천히 걸어야 할까?’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는 자신이 그때 느꼈던 의아함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알겠어요. 속도보다는 우리가 함께 걸어가는 시간이 더 중요한 거죠?”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냥 빨리 가는 것보다는, 우리가 함께 걷는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게 중요하죠. 당신도 그런 걸 깨닫게 되어서 좋아요.”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살짝 잡았다. 그의 손을 잡은 그녀의 따뜻한 손길이 그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편안하게 느껴졌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맞춰 걷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의 마음에도 맞추어 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맞추는 게 쉽지 않았죠.” 그녀가 말을 꺼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그랬어요. 처음엔 내가 생각했던 대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만 모든 걸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너와의 차이를 부딪히는 일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녀는 부드럽게 그의 손을 감싸 쥐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때보다 훨씬 더 좋아졌어요. 이제는 우리가 서로 맞춰가면서도, 각자의 방식과 속도를 존중할 수 있게 되었죠. 예전처럼 서로의 다른 점을 싫어하기보다는, 그 차이가 우리를 더 가까이 다가가게 만든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고 가슴속에서 뭔가 따뜻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제 그녀의 속도와 방식이 자신과 다르다는 점을 전혀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그 다름이 자신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고, 그로 인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점들을 맞추어가면서, 우리 둘만의 속도와 방식이 생긴 것 같아요. 너무 좋은 걸요.” 그가 조용히 말했다.
“맞아요. 우리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그 다름을 함께 만들어가니까요. 나도 이제 당신과 함께 있는 시간이 더 행복해졌어요.” 그녀는 고백하듯 말했다.
그들은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서로에게 맞춰가며 걸어갔다. 속도가 아니라, 마음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나니, 그들의 걸음걸이도 한결 가벼워졌다. 그들이 나란히 걸어가는 동안, 그들은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들이 맞춰가고 있는 것은 속도만이 아니었다. 생각과 감정도, 점차 그들의 마음속에서 맞춰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서로 다르고, 때로는 충돌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맞추는 과정에서 더 깊은 이해와 공감이 생겨났다.
“앞으로도 우리가 이런 식으로 서로 맞춰가며, 점점 더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녀가 말하며 그의 손을 더욱 꽉 쥐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렇게 되겠죠. 서로의 속도와 마음을 맞추며, 우리가 함께 만드는 시간이 더욱 소중해질 거예요.”
그들의 걸음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속도와 방식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그들이 나아가는 길은 점점 더 자연스럽고 안정감 있게 이어졌다. 그들은 이제 함께 걸어가는 길에서, 서로에게 맞춰가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 길이 어디로 이어지든, 그들은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