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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엄마가 될 수 없다고.

내가 망가지고 있는 걸까?

by 김부부

“괜찮아요. 어쩔 수 없잖아요.”


두 번째 수술 후 우리 부부는 아무 일도 없는 듯이 행동을 했다.


평일에는 출근하고, 퇴근 후 같이 밥 먹으면서, 웃고 떠들고, 주말에 하루만 휴무인 남편 스케줄에 맞혀 강아지와 놀러 다니고.....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았던 부부처럼 지냈다.


첫 번째 수술 때 남편이 몸보다 정신적 상처가 더 많았다는 것을 알기에, 이번에도 남편과 수술 후 한 번도 수술에 대해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대화를 원치 않는 남편에게 수술에 대한 대화를 꺼내지 않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배려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수술 후 외래에서 담당의가 이젠 수술은 어떠한 의미도 없으니, 두 분이 행복하게 지내시던지, 아님 입양이나 정자기증에 대해 알아보라고 했다.


남편은 이제 가족구성원은 우리 부부, 강아지밖에 없다고, 생각을 마무리한 거 같았다.


두 번째 수술 후 입양, 정자기증을 전혀 고려할 생각이

없는 남편은 이제 아이를 같기를 위한 본인의 노력은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홀가분해 보이기도 했다.


양가 부모님들도 우리 부부에게서 손주에 대한 미련을 버리신 거 같았다. 매번 둘이 행복하게 살면 되다는 말씀을 기계처럼 반복적로 하셨다.


그때마다 내 대답은...


“네..... 이젠 어쩔 수 없죠.”


이였다.


남편, 양가 부모님 모두 내 의견은 상관없이, 나는 이제 엄마가 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려버렸다.


난 아직도 엄마가 되고 싶은데, 모두가 난 이제 엄마가 될 수 없다고 하니....


엄마가 되고자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나 자신이 너무 무기력해져 버렸다.


회사에선 어느 때와 같이 밝게 근무하고 집에 돌아오면, 남편퇴근시간까지 불 꺼진 방안 침대에서 시체처럼 누워 소리 없이 울었다.


그러다 남편이 오면 아무 일 없이, 저녁밥을 먹고 티브이를 보고 잠을 잤다.


남편이 출근하는 주말에는 남편 출근 후 하루 종일 외출도 하지 않고 침대에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집, 회사 외에는 어떠한 약속도 만들지 않고, 스스로 최대한 나 자신을 고립시켰다.


컴컴한 방안 침대에 누워있는 나 자신이 땅속으로 꺼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 땅속에서 기어 나오고 싶지는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정말 땅속으로 꺼져 버리고 싶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털어놓고 위로받을 수 없는 상황이 나를 더욱더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린 거 같았다.


사실... 양가 부모님 외 딱 두 사람이 남편 무정자증에

대해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이었던 단짝친구 1번과, 고등학교 때 친해져 나의 20~30대 초반을 함께하고, 유학시기까지 겹쳐 미국생활을 공유했던 친구 2.


두 번에 유산을 겪었던 친구 2가 적극적으로 산전검사를 추천했던 사람이었다. 친구 2도 두 번에 유산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어, 서로의 임신을 누구보다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우리 부부에 두 번째 수술이 실패로 끝난 시점....


나와 친구 2가 속한 단톡방에 친구 2의 임신소식이 올라왔다.


그렇게 기다리던 친구 2에 임신소식이었는데....


난 개인톡이 아닌 단톡방에서 알게 된 친구 2의 임신소식이 왠지 모르게 서운하게 느껴졌다.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쓰고 있는 내 속마음이 100% 축하를 담고 있지 않았다.


그렇게 친구 2와 난 멀어졌다.


그 시점에 남편이 퇴근 후 뜬금없이 친구 1에 둘째 임신소식을 전해주었다.


그것도 벌써 출산 3개월을 앞둔 임신소식을....


남편 업무차 우연히 만난 친구 1 남동생에게서 들었다고 했다.


다음날 남동생에게서 우리 남편을 만났다는 소식을 들은 친구 1에게 전화가 왔다.


이모 든 것이 다 나를 위한 배려라고 했다.


친구 1과 이 일 이후 난 단절을 선택했다.


배려를 안 해준 친구 2와도 내가 스스로 멀어짐을 선택했고, 지나치게 배려해 준 친구 1 하고도 난 단절을 선택했다.


사실 두 친구는 잘못이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하지만 친구 2의 임신기간 내내 영혼 없는 축하와 공감을 할 것 같은 내가 싫었고, 친구 1의 지나친 배려를 받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싫었다.


혼자가 편해졌다. 그냥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남 같은 인간관계가 더 편해졌다.


친구와의 모임, 만남들이 거북하고,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또한, 하나둘 약속이나 한 듯 엄마가 되어가고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 내가 서 있을 자리는 없어져 가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만들어놓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스스로 빠져나와 처절히 혼자가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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