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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론자.

인연.

by 김부부

“이제... 우리 집에 가자.”


오지 않는 잠을 애써 잘려 밤새 뒤척이다, 포기하고 서둘러 남편이 있는 병원에 도착을 하니 남편은 아직 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굳이 남편을 깨우지 않고 살며시 남편옆에 앉아 잠든 남편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지병이 있는 것도, 사고가 난 것도 아닌 남편이 두 번이나 환자복을 입고 입원실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우리는 전생에 어떤 인연이었길래 고등학생 때 만나 돌고 돌아 30대 초반에 결혼을 해서 이런 고통을 함께 겪게 되었을까?


남편과 결혼 후 정해진 운명론을 믿게 된? 나는 아니 우리는 부부? 이것 또한 우리에 운명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순순히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한 운명인 거 같았다.


말없이 남편얼굴을 한참을 바로 보고 있는데 간호사 분이 들어오셨다.


“잠시 후에 담당교수님 회진 오실 거예요. 환자분 깨워서 준비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간호사분이 나가시고 난 남편을 잠에서 깨우기 시작했다.


“여보. 일어나 이제 교수님 회진 시작한대.”


밤새 뒤척이다 몇 시간 못 잔 게 확연하게 눈에 보일 정도로 남편얼굴이 피곤해 보였다.


“언제 왔어?”


“조금 전에....”


“정신 차리고 있어. 결과 들어야지.”


남편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물이 마시며, 정신을 차리고 있었고, 난 애써 침착한 척하며 휴대폰만 만지작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입원실에 교수님이 들어오셨다.


남편은 입원실 제일 안 창가 쪽에 자리하고 있어서 앞쪽부터 수술하신 환자분들이 먼저 결과를 듣는 거 같았다.


6인실에 우리와 같은 수술을 한 환자는 남편 외 한 분이 더 있었다. 그분 순서가 끝나고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잘 주무셨어요?”


교수님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먼저 건네주셨다.


난 속으로 ‘뭐지?? 결과가 좋은 건가?’하면 내심 기대에 차 있었다.


“우리 환자분 제가 두 번째 수술이시고 해서 정말 다른 분들보다 더 세밀하게 검사를 했는데 결과가 좋지는 않아요.”


아.................


난 순간 두 눈에 눈물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차올랐지만 흘리지 않으려 애쓰면 교수님을 쳐다보았다.


“자세한 결과는 퇴원 후 외래 진료 때 들으시고요. 수고 많으셨어요.”


“네. 감사합니다.”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담당 교수님이 입원실에서 나가시고, 나도 서둘러 입원실밖으로 나왔다.


두 눈에 눈물이 가득 차서 금방 쏟아져 흐리기 일보직전이었지만 , 남편 앞에서 눈물 보이기는 싫었다. 다른 환자들도 있는 병실에서 내가 무너지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병원 비상구 계단에서 혼자 10분 정도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흐르는 눈물을 멈추게 하기 위해 난 또 혼자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난 무너지지 않아. 나는 괜찮아. 난 괜찮을 거야.‘


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는 도중 친정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결과를 누구보다 기다렸던 엄마전화를 모른 척 외면하기는 싫었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난 당당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전화를 받았다.


“어. 엄마. 아침 일찍부터 왜?”


“병원이야? 결과 나왔어?”


“응. 방금 교수님 왔다 갔어.”


”어떻게 됐어? 찾았어? “


“아니. 이번에도 못 찼았어.”


“어떡하니.......”


이번에는 내심 기대를 했었는지, 다소 놀라서 떨리는 친정엄마 목소리가 수화기를 넘어, 나의 마음을 찔렀지만, 내가 여기서 무너지면 모든 게 우르르 다 무너질 거 같았다.


“어떡하겠어. 이제 받아 들어야지.”


“그래. 아프지도 않은 사람 수술대에 올리는 것도 힘든 일이다.”


“그러니깐.”


“다 살길은 생겨. 다 살게 돼. 그러니깐 너무 힘들게 생각하지 마.”


“어. 알겠어.”


전화 끊고 며칠 동안 잠도 못 주무시고 힘들어하실게 뻔한 친정엄마는 애써 나를 위로해 주시고 전화를 끊었다.


그래. 엄마말처럼 살길은 생기고, 살아야 한다.


굳게 마음을 먹고 난 남편이 있는 입원실로 다시 들어갔다.


“이제 우리 집에 가자.”


난 울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남편에게 이제 그만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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