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하지 말자.
남편이 수술실로 떠나고 난 그냥 남편이 누워있던 침대에 가만히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첫 번째처럼 온갖 신들을 소환하지도 않았고, 마음속 기도도 하지 않았다. 그냥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신 딱 이 한마디만 주문 외우듯이 반복적으로 중얼거렸다.
“난 무너지지 않을 거야. 괜찮아.”
남편이 수술을 끝내고 회복하고 내려올 때까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번엔 절대 무너지지 않고 결과를 받아들이자.
굳게 마음을 먹었다.
한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남편은 입원실에 옮겨졌고, 조금 뒤 마취에서 깨어났다.
“고생했다. 오빠.”
“응.”
“아픈 데나 불편한 데는 없어?”
“괜찮아.”
남편과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보니 담당 간호사분이 오셨다.
“환자분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
“없어요.”
“보호자분 환자분 한동안 다시 잠들지 않게 해 주시고요. 잠들려고 하시면 깨우셔야 해요.”
“아. 네!”
“수술 결과는 내일 아침 회진 때 선생님이 말씀해 주실 거예요.”
미리 알고 있었다. 여기 병원은 수술 당일에는 결과를 알 수 없고, 다음날 회진 때 알 수 있다는 것을....
“내일 아침 회진이 몇 시일까요?”
“보호자분 결과 같이 듣기 원하시면, 아침 8시까지는 오셔서 대기하셔야 되세요. “
“알겠습니다.”
간호사님이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고 가시고 한동안 잠들려고 하는 남편을 붙잡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저녁밥시간이 되었다.
“금식하고 수술하느라 배고팠지? 많이 먹어.”
“같이 먹자?”
“이걸 누구 코에 붙이게 같이 먹어? 난 집에 가서 먹을 거야.”
수술 후 첫끼여서 간단하게 나온 저녁식사지만, 남편은 소화를 핑계 삼아 산책하기를 원했다.
“걷는 게 안 힘들어?”
“크게 불편하지 않아.”
“경력직은 다르네.”
시답지 않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병원 안을 걷다 보니 면회종료시간이 임박하였다.
“오늘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푹 자.”
“너나 아무 생각하지 말고 잠 좀자. 나야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자는 거 알면서.”
“불편한 거 있음 참지 말고 간호사분 호출하고.”
“집에 가서 저녁 챙겨 먹고 자.”
“내일 일찍 올게.”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나서 나는 남편을 혼자 입원실에 놔두고 집으로 가기 위해 병원을 나섰다.
너무 차갑지 않은 바람이 부는 초가을 저녁시간.
지하철까지 걸어가는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많은 감정들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과연 우리 부부에 인생을 어떻게 흘러갈지?
여러 감정을 안고 집에 돌아와 상쾌하게 샤워를 하고 나와 가볍게 맥주를 마시는데 집이 너무 적막하게 느껴졌다.
남편 수술 때문에 친정에 데려다 놓은 반려견까지 없으니 우리 집인데 낯설기까지 했다.
혼자 자는 게 처음도 아닌데, 분명 티브이도 켜져 있어 거실 가득히 티브이소리로 꽉 차 있는데도, 처음 느껴보는 적막함 이였다.
“여보. 안 자고 모해?”
생애 처음으로 병원에서 자야 하는 남편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였나 보다.
“잠이 선뜻 안 오네.”
“병실이야?”
“아니. 답답해서 로비에 내려왔어.”
“오늘 수술하고 피곤할 텐데... 푹 자면 좋을 텐데.”
“여보는 모해?”
“나? 나 맥주 한 캔 하고 자려고 맥주 마시면서 티브이 보고 있었지.”
“부럽다~ 나도 집에 가고 싶다.”
전화통화를 길게 하는 스타일이 아닌 우리 부부인데, 이날은 30분 넘게 전화통화를 했다.
남편과 통화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워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고 생각뭉텅이 속에서 밤새 헤매고 있었다.
밤새 뒤척이다 결국 난 뜬눈으로 잠을 한숨도 못 잤고,
아침 일찍 병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