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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

우리 부부의 세상도 무너지지 않는다.

by 김부부

순리대로...


“내가 정말 알아서 해결할게. 이번에 나 믿어줘.”


참아왔던 감정이 쏟고 쳐 나와 미친년처럼 포호 하며 우는 나에게 남편은 본인이 해결할 테니 이번 한 번만 믿어달라는 말로 나를 진정시켜 주었다.


“엄마하고 이야기 다 마쳤어. 안 오시기로 했어.”


저녁 퇴근하고 마주 앉은 저녁밥자리에서 남편은 매우 무거운 얼굴로 본인이 해결했다고 말을 건넸다.


낮에 너무 포효하면서 울어대서 그런지 기력도 전투력도 모두 소멸되어 있었다고 해야 할까? 아님 그냥 자포자기라고 해야 할까? 솔직히 아무 생각도 없었다.


꼭 오겠다고 우기신다면 ‘에라~난 이제 진짜 모르겠다. 내가 병원에 안 가고 말란다.’라는 심정에 까지 도달되어 있는 상태이었다.


“다행이네.....”


“마음 풀어. 매번 미안하다.”


“오빠도 중간에서 못할 짓이다. 참.....”


“우리 엄마인데 어떡하겠어.”


다른 때 같았으면 이해하기 힘들다 하면서 말싸움이 이어질 상황이었지만, 이번에는 남편도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더욱더 많이 들어서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대화를 하지 않고 마무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번 수술 때는 저번과 달리 서로 힘들지 말자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최대한 오빠 앞에서 초조하거나 불안한 티를 내지 않으면서 조용히 남은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대망의 수술날이 다가왔고, 우리 부부는 이번에도 다 잘 될 거라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손을 꼭 잡고 집을 나와 병원으로 출발하였다.


집과 병원이 그리 멀지 않았기에 금방 충무로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병원까지 우리 부부는 아무 대화를 주고받지 않고 여전히 두 손만 꽉 잡고 걸어갔다.


병원에 도착해서 입원수속을 마치고 남편이 배정받은 입원실에서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나니 평온했던 마음이 조금씩 불안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당일입원 후 바로 수술이었기에 입원실에서 30분 정도대기를 하고 나니 간호사분이 와서 수술 앞두고 받을 서류를 작성하게 하시고 간단하게 수술 및 그 후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다.


수술 및 회복까지 40분에서~한 시간 정도 소요되며, 수술대기실은 따로 없으니 보호자는 입원실에서 대기하면 한 시간 후쯤에 입원실로 환자분이 온다는 이야기와 보호자는 저녁 8시까지 상주가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런저런 안내가 마무리될 때쯤 다른 간호사 분이 오셔서 남편 준비가 완료되었으면 수술실로 이동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안내를 해주셨다.


첫 수술과 달리 수술실 앞에까지 같이 이동도 불가하였고 나는 입원실에서 남편을 수술실로 보내주어야 했다.


“마음 편하게 먹고 잘하고 와. 오빠.”


“응. 잘 될 거야. 그러니깐 마음 졸이지 말고 주변에 놀러 다니고 와. 여기서 대기하지 말고.”


“알겠어~내가 알아서 할게.”


첫 번째 수술때와 달리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은 후 남편은 간호사분을 따라 걸어서 수술실로 이동을 하였고, 나는 입원실에 남겨졌다.


이제 정말 우리 부부가 아이를 갖기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주사위는 던져졌고, 결과만이 남았다.


절대 어떤 결과가 나에게 우리 부부에게 다가오더라도 그때처럼 바보처럼 무너지지 말자!! 이 생각만 반복했다.


결과 나쁘더라도 내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우리 부부에 세상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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