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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괜찮아.

아니 난 괜찮지 않은 거 같아.

by 김부부

밥이나 먹자.


첫 번째 수술과 달리 이번 결과 듣고 나서 심정이 많이 요동 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라고 나 자신에게 주문을 걸고 있었지만.....


내심 이번에도 못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더 많이 지배하고 있었던 거 같다.


결과를 듣고 병원 비상구에서 흘린 눈물은 내 머릿속을 지배하던 생각이 역시나 맞았구나 하는 허탈함에 눈물이었던 거 같다.


남편과 나는 아무렇지 않게 짐을 싸고 경쾌하게 퇴원준비를 했다.


병실에 있는 그 누구에게도 우리 부부모습이 패잔병처럼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도 보험청구도 못하는 작지 않은 병원비가 청구되었다.


우리 부부에게 두 번에 수술은 반올림해서 천만 원 돈의 수술비와 너덜너덜 해져 버린 가슴에 상처만을 남겼다.


실비나 보험도 청구할 수 없는, 어느 곳에 다가도 말할 수 없는 부채라는 원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밥 먹고 가자.”


남편도 어제 부실하게 먹은 병원밥 이후 공복이 오래되었고, 나도 어제 집에 가서 마신 캔맥주 외엔 먹은 것이 없어 배가 고팠다.


이제 진짜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듣는 순간 우리 부부 둘 다 갑자기 매우 많이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퇴원수속 다 하고 병원에서 나오니 시간이 오전 10시 조금 넘어있었다.


집 근처까지 넘어가서 먹기엔 너무 허기져서 병원 근처 24시 하는 순댓국식당에 들어갔다.


”여보. 뭐 먹을래? “


“난 순대, 내장 섞어서. 넌?”


“나도.”


금방 병원에서 실패결과를 듣고 온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둘 다 순댓국을 정말 맛있게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먹어치웠다.


“아.... 이제 살겠다.”


“여기 맛있네! 배부르다.”


“이제 집에 가서 자자.”


“그래. 어제 잠 설쳐서 피곤하다.”


순대굿 한 뚝배기씩 다 비운 우리 부부는 아무렇지 않게 근처 커피숍에서 커피까지 테이크 아웃해서 마시면서 집에 돌아왔다.


첫 번째 수술과 달리 남편은 이번 수술에는 이틀 연차를 냈다.

병원에서 같이 집에까지 돌아온 우리 부부는 진짜 집에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저녁 7시까지 깨지 않고 잠만 잤다.


저녁에도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월동준비하는 곰처럼 다시 잠을 잤다.


그렇게 그날이 지나가고 다음날 우리 부부는 아무 일 없는 듯 출근을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젠 끝났구나라는 생각 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오늘은 이 생각, 저 생각에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순간순간 갑자기 눈물이 왈칵왈칵 쏟아지려 해서 업무를 하다 여러번 화장실에 뛰어갔다 왔다 했다.


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난 하나도 괜찮지가 않았던 것이었다.

내가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는 슬픔이 업무 중 깜빡이도 없이 밀고 들어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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