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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딩크족.

피노키오.

by 김부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


그 시점 난 회사와의 계약기간이 끝이 났다.


짧은 계약기간으로 인해 실업급여도 여유 있게 나오는 상황도 아니었고, 집에 있는 것보다 일을 하는 게 지금 나의 상태에 더 좋은 선택인 거 같았다.


급하게 알아봐서 전혀 경력과 상관없던 이전직장과 다리 이번에는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직장에 이력서를 넣었다.


근거리 일자리는 많이 없어졌지만, 상관없이 조건이 좋은 곳에 모든 이력서를 제출했다.


정말 많은 이력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막상 연락이 많은 곳에서 오지는 않았다.


다른 취업자리도 그렇겠지만, 결혼한 지 아직 2~3년 차

언제든지 임신이 가능한 여자를 선호하지 않는 교육•현장직에서 난 일자리를 따내야 했다.


그래도 초반에는 면접이 하나씩은 성사가 되었다.


“경력이 아주 좋으시네요.”


“감사합니다.”


“왜 계속 현장에서 일 안 하시고 교육 쪽으로 눈을 돌리셨나요? “


“전 오래 꾸준히 일을 하고 싶은데, 현장직보다는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경력을 살려 근무할 수 있는 교육 쪽으로 이직해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었고,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성취감이 높아져 계속 교육 쪽으로 경력을 쌓고 싶습니다.”


항상 여기까지 면접은 문제없이 잘 흘러갔다.


면접관이 ”임신“에 대해 질문을 시작하기 전에는...


“결혼 몇 년 차 이세요?”


“2년 차 조금 넘었습니다. “


“아이는....?”


“없는데요.”


“그럼 근무하시다가 임신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겠네요?”


이제부터 면접 때 항상 고정 레퍼토리가 되어 버린 거짓말이 시작된다.


“저희 부부는 서로 상의하에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을 합의 보았습니다. “


“...... 그래도 사람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속으로 난


‘나도 그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기 바라요.’


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해진 거짓말을 내뱉는다.


“딩크족이어서 전혀 그런 일을 없을 것입니다. “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학기 중에 선생님이 임신하면 업무 특성상, 담당선생님 교체해야 하고, 일을 복잡해지잖아요. “


목구멍까지 우리 남편 무정자증이라서 임신하고 싶어 죽겠는데 못한다는 말이 올라오지만.... 그냥


“아..... 그렇죠.”


하고 면접은 항상 마무리가 되어 버렸다.


“임신”이라는 장애물 앞에서 난 매번 면접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임신을 못하는 내가 임신 때문에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지는 아이러니한 일을 겪을수록 더욱더 나는 무기력이 업그레이드되어 갔다.


다행히 수차례 면접에서 낙방하던 중 집에서 왕복 3시간이 조금 넘는 곳에 학기 초 담임선생님이 임신과 함께 퇴사를 하여 급하게 반을 맡아줄 사람이 필요한 자리에 내가 취업이 되었다.


참 여러모로 “임신”이라는 존재가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이미 첫 출근 전에 회사에는 내가 딩크족이라고 소문이 다 퍼져 있었다.


종종 왜 딩크족을 선택했냐고 당당하게 질문하는 동료에게는 이미 정해 놓은 모범답안지의 거짓말을 줄줄 외워 읆어주었다.


이 시기에 많이 친하지는 않지만 교류가 꾸준히 있는 친구들의 모임에 조금씩 참석을 시작했다.


미혼과 기혼이 섞인 친구들 만남의 대화내용은 항상, 결혼생활관 임신, 출산, 육아정보의 백과사전이다.


이런저런 대화가 오고 가다 보면 항상 필수인 것처럼 결혼 2년 차가 넘어가는데 아이가 없는 나에게 질문이 들어온다.


“넌 애기 안 가질 거야?”


“응. 우리 부부는 자연스럽게 흘러가기로 했어.”


내가 애매한 대답으로 방어를 하면 아이가 있는 친구들은 항상 같은 대답으로 공격을 한다.


“야. 나이가 너를 기다려 주지 않아. 자연스럽게 아직이면 병원 가야 돼. “


그럼 난 더 강하게 방어기제를 펼친다.


“알지. 나도~ 근데 알자나... 너희들도 나 수술 많이

하고 아직 허리에 철심도 박혀 있는 거? 남편이 너무 겁을 내... 임신해서 아이 때문에 내 몸이 더 안 좋아질까 봐... 아이보다는 건강한 내가 더 중요하대. 그래서 하늘이 주시면 낳는데 굳이 의료적 도움을 받아서까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


완벽한 방어기제였다.


난 언제든지 의료적 도움을 받아 임신이 가능하지만, 나를 끔찍하게 아끼는 남편이 아이보다는 나를 강하게 선택해서 어쩔 수 없다.


엄청 부부간에 애정 넘치고, 사랑받는 여자로 나를 만들어 버린다.


포기를 모르는 친구들은 여기서도 굴복하지 않고 다른 공격을 펼친다.


”양가 부모님도 허락하셨어? “


“그럼~ 우리 부모님이야, 본인딸 저렇게 아껴주는데 모라 하겠어? 그리고 시부모님은 본인 아들 못 이기셔. 오빠가 내 앞에서 임신애기도 못 꺼내게 해. “


이쯤 되면 모임에 나온 친구들 반응은 반으로 나누어진다.


기혼자친구들은 표정이 이미 재수 없다는 게 티가 나고, 미혼친구들은 사랑 많이 받아 부럽 하는 표정이다.


나 자신이 살기 위해 선택한 거짓말들이 매번 더 향상되고, 표정하나 안 변하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보면, 정말 지금 하고 있는 거짓말이 사실인 것처럼 느껴진다.


점점 인간관계속에서 진실인 부분보다, 거짓인 부분이 더 커져버렸다.


외로움이 커져 내가 스스로 만든 고립에서 나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고 형성했지만....


그 속에 나는 내가 아닌, 내가 거짓말로 만들어놓은, 허구에 내가 속해져 있었다.


그렇게 즐거운 듯 즐겁지 않은 왁자지껄한 모임, 만남자리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한동안 글로 표현하기 힘든 공허함에 더 우울해져 버렸다.


어디서부터 나는 잘못되고 있는 걸까?


점점 나 자신이 없어져 가고 있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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