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싸움.
“나는 엄마가 되고 싶어.”
이 한마디와 함께 집안 전체에 고요함이 가라앉았다.
한동안 아무 말도 안 하다가 남편이 입을 열었다.
“꼭. 이래야만겠어?”
“싸우자는 게 아니야. 들어봐. 이야기 좀...”
“말해봐. “
“난 둘이서도 좋아. 둘이서가 싫다는 게 아니야. 하지만 나한테도 아기를 품을 수 기회가 있다는데 포기하고 싶지 않아. 나중에 오빠를 원망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난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 놓고 있던 말을 천천히 꺼내 놓았다.
“우리한테는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입양도 있고, 정자기증도 있는데... 난 내 몸에 열 달 동안 아이를 품어보고 싶어.”
나에 말이 끝나도록 남편은 아무 표정 변화도 없이 그저 머리만 움켜쥐고 내 이야기를 들었다.
나의 말이 다 끝나고 이랬다, 저랬다 남편의 의견이 절실했지만, 당최 남편입에서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고요함 속에 내 마음은 더욱더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단번에 "NO" 싫다는 말이 나올까 겁이 나면서 슬슬 짜증도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왜 저렇게 고집을 부려!!!!! 내가 한다자나. 너랑 살려고 이렇게 발악하잖아!!!’
라고 속에서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다른 거는 몰라도 이 문제에서만은 절대 남편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다른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서 임신하고 싶다는 말 자체가 저때의 남편에게는 자존심에 상처를 준 제일 아픈 말이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대답 없는 남편의 침묵을 결국엔 나에 화가 깨트렸다.
“말 좀 해봐! 무엇이든 의견을 내야지.”
부드럽게 대화를 해도 되지만 지금도 그렇지만 저때에 나는 화가 많은 시기였다.
“나는 우선 싫어.”
“웅? 그게 끝? ‘이래서 저래서 싫다 ’도 아니고 그냥 우선 싫어?”
“어.”
“끝?”
“어.”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정말 쉽지 않았다.
“난 이것저것 이야기해 주려고 이만큼 준비해 왔는데 이러면 대화가 안 되잖아.”
“지금은 말하기 싫어. “
또 나왔다. 회피형 대화화법..... 이러면 정말 대화가 끝나는 거다. 남편 입에서 저 말이 나오면 그냥 더 이상 대화는 없다.
입에 자물쇠라도 채운 듯이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내가 생지랄을 피워도 그냥 듣고만 있으뿐 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럼 언제 대화하고 싶은데?”
“내가 대화하고 싶을 때 이야기 할게.”
이렇게 대화는 정말 끝이 났다.
알아본 정보는 하나도 활용도 못하고 그냥 ‘우선 싫어’ 이 한마디에 첫 번째 시도는 그냥 끝나고 말았다.
앞에서 나의 글은 읽으신 분들은 알겠지만 나의 남편은 본인이 대화하기 싫어하는 분야는 나중에 절대 다시 먼저 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
이 이후로 난 눈치를 보면서 수시로 대화를 다시 시도했지만....
“내가 생각이 정리되면 먼저 이야기할게 그전에는 이런 대화하기 싫어.”
라는 똑같은 대답에 항상 무산이 되어버렸다.
나는 한 살 한 살 나이가 먹어가는데.... 저 남자는 언제 생각이 정리가 된다는 것인지...... 무한 기다림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