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를 모르는 여자.
한참 티브이만 틀면 연예인들의 2세들이 나와 방송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렇다.
나는 더 이상 엄마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티브이만 틀면 채널마다 연예인들이 나와 본인 자녀들 육아를 하고 있었다.
인기가 하늘을 찌르정도록 대단한 프로그램이었지만, 나한텐 너무나도 잔인한 프로그램이었다.
티브이에서 나온 꼬물꼬물거리는 아가들을 보다 보면, 저 아가가 내 아가이면 얼마나 좋을까?
열망하다가도 스스로 아가 때만 이쁜 거지...
조금 더 크면 말썽 부리고, 사춘기 오면 엄마아빠 싫어하고, 난 감당 못해....라고 가짜감정으로 나 자신을 속였다.
그렇게 나 자신에게 난 자식이 필요 없다고 가짜 감정을 스스로 가스라이팅을 하면 남편과 진짜 딩크부부처럼 여행도 다니고 자유롭게 지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엄마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이때가 마지막 수술하고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사실 우리 부부에게 엄마 아빠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우리 부부에게는 입양과 정자기증이라는 아직 두 개에 옵션이 남아있었다.
다만 남편은 이 두 개의 옵션에 대해 전혀 고려하려 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이었지만....
우선 난 다시 정보를 수집하였다.
입양보다는 정자기증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입양도 자식을 가지기 위한 숭고한 작업이지만, 내가 아이를 품을 수 있다면, 부부 중에 나의 유전자라도 자식에게 물려주는 방법을 선택하고 싶었다.
또한, 여자로 태어나서 한번 정도는 임신을 해서 내 몸에서 내 자식을 열 달 동안 품을 수 있는 영광적인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이리저리 정보를 수집하려 노력했지만, 무정자증에 대해 알아볼 때보다, 더 정보가 찾기 어려웠다.
집요하게 매달린 결과 포털사이트 "D “로 시작하는 곳에 정자공여를 하신 분들과 준비하시는 분들이 만든 카페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곳에 가입해 밤을 꼬박 새우면서 내가 볼 수 있는 게시글을 죄다 읽었고, 정자기증임신방법과 정자기증 시험관이 가능한 병원들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이젠 남편에게 내 의견을 어필하는 일만 남았다.
이 일이 제일 힘들었다. 아이에 대해 애기를 조금씩 꺼내며 뜸만 한 달 넘게 들인 거 같다.
그렇다. 어느 날 이날은 꼭 얘기를 해야 같은 날이 왔고,
아무 일 없이 저녁밥을 다 먹고 치우고, 티브이를 보는 남편에게 난 드디어 말을 꺼냈다.
“여보. 나 아기가 가지고 싶어.”
뜬끔없이 꺼낸 내 말에 남편은 당황한 듯 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못 하고 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나, 포기가 안돼.”
“...........”
“나는 엄마가 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