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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불쌍해서 어떡하니.

제발 가세요.

by 김부부

“미안해. 수고했어.”


눈물을 마냥 계속 흘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실패한 수술을 하고 나올 남편 앞에서는 속상한 티를 내고 싶지는 않았다. 수술한 당사자는 나보다 더 속상할 터이니....


눈물을 닦고 애써 담담하게 감정을 가라앉히고 있으니 수술방에서 남편이 나왔다.


남편 아직 결과를 모르는 듯했다.


마취가 아직 덜 풀리 남편은 아직 비몽사몽이었다.

나도 남편도 너무 불쌍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힘들어하는 남편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어떻게 됐어.”


입원실에 와서 얼마 지나지 않아 마취에서 완전히 깨어난 남편이 나에게 수술결과에 대해 질문을 했다.


“여보 마취 다 깨면 간호사분이 와서 설명해 주신다고 했어..... 간호사분 불러올게. “


더 이상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 담담하게 말을 했다.


나에 표정에 남편도 어느 정도 결과에 대해 예측한 거 같았다.


간호사분이 와서 설명을 해주시는 내내 남편은 눈을 감고 있었다.


“미안하다.”


간호사분이 나가시고 남편은 나에게 미안하단 말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본인도 얼마나 이 수술에서 정자를 찾기 원했는지가 느껴져 남편이 너무 불쌍했다. 다른 표현도 많이 있지만 불쌍이라는 표현이 제일 적합했다.


“오빠가 왜 미안해. 우선 쉬어. 오늘은 그냥 쉬어. 수술해서 힘든데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그냥 쉬어.”


남편은 입원실 침대에서 난 옆에 보호자 침대에서 눈 감고 조용히 각자 흐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4시쯤 전화벨이 울렸다.


“나 병원에 도착했다. 1층에 있을 테니 내려와라. “


어머님이 먼저 병원에 도착하셨다. 로비에 내려가 어머니를 모시고 입원실로 올라왔다.


“아이고~1인실이네! 야 좋다~”


어머니는 아들이랑 내 얼굴이 지금 어떤 상태인 줄도 모르고 1인실 구경에 신이 나 계셨다.


“엄마 그만 앉아.”


남편이 어머니에게 약간 언성을 높이면서 그만 앉으라고 말을 했다.


“아들은 왜 엄마한테 짜증이야. 며느리 수술은 어떻게 됐어?”


“잘 안 됐어요. 못 찾았어요.”


“그래.”


이 말 끝으로 어머니는 수술에 대해 더 이상 질문하시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일 끝나고 한 시간 뒤에 오신대 며느리 이 근처에 맛있는 밥집 없니? 집에 가는 길에 같이 먹자. ”


“아니요. 저 보호자 밥 나와요. 괜찮아요.”


남편은 어머니하고 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듯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하고 있었고, 어머니께서는 보호자 침대에 누워 평소처럼 휴대폰에서 음악을 트시고는 허기지신 듯 본인 챙겨다시는 간식 가방에서 간식을 꺼내 드셨다.


두 사람 가운데 조그마한 보조의자에 앉아 있는 나는 이 상황이 답답해 미칠 거 같았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유체이탈 직전이었다.


“며느리 이것 봐라~~ 아이고야. 이뻐라.”


핸드폰에 카톡 오는 소리와 함께 누워있던 어머니는 벌떡 일어나 앉으시더니 환한 미소로 나한테 본인 휴대폰을 내미셨다.


“야야. 지아 오늘 첫 소풍 간 사진 왔다. 아이고 이뻐라.”


지아는 남편 여동생 딸 즉 우리 조카이다. 시부모님에게는 첫 손주이다.


“봐라~ 야! 너무 이쁘지 않니? 여기 앉아서 봐봐.”


조카 사진을 내미시며 환하게 웃으시는데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먹은 것도 없는데 속이 울렁울렁거리면서 과호흡이 올 거 같았다.


굳이 이 순간에...... 왜 이러실까?


난 굳은 얼굴로 눈을 감고 괴로워하는 남편이 덜 불편하기 바라며 그냥 그 자리에서 ‘네, 그러네요.’라고

장단을 맞혀드렸지만 아직도 가슴 한편 응어리처럼 맺혀있는 아픈 기억에 한 순간이다.


첫 손주 첫 소풍이 사진이 얼마나 귀하고 이쁘겠냐만, 아들 부부가 임신을 위해 본인 아들이 수술한 날, 그것도 실패해서 한 치 앞이 어떻게 될지 막막한 나한테 그렇게 환한 미소와 함께 사진을 굳이 보여 주셔야 하셨을까?


이날 이후 이 상황은 우리 부부에 단골 싸움에 주제가 되었다.


우리 엄마는 원래 악의를 가지고 한 행동이 아니라 그냥 그러니 이해하라는 남편과 이해 못 하는 나와의 싸움이 길게 이어졌었다.


“아버님 오셨단다. 모시고 오마.”


그렇게 또 시간이 지나서 아버님이 오셨고 어머니께서 마중을 나가셨다.


남편은 여전히 눈을 감고 조용히 누워있었다.


“아들~ 좋은 곳에 누워있네.”


시부모님 두 분 성향은 매우 비슷하시다.


“아들 어때? 괜찮아?”


올라오시면서 어머니에서 수술에 대해 들을 셨는지 수술에 대해서는 물어보시지는 않으셨다.


“아니 내가 도착해서 경비아저씨한테 우리 아들 여기 입원해서 왔다고 하니깐 여기 병원 남자가 입원하는 병원이 아니라내. “


환장할 노릇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이병원을 선택한 내가 잘못한 건지.


원래 같았으면 간호사분께 가서 이 부분에 대해 말하고 사과를 받아겠지만 전투력도 상실되었다.


그냥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만 싶었다.


아버님이 이런저런 말을 걸어도 남편은 모든 질문에 단답형으로 대답을 하였다.


우리가, 아니 본인네 아들이 불편해하니 그만 가시만도 한데 두 분은 30분 넘게 보호자 침대에 안자 대답 없는 남편에게 질문을 계속하시고, 첫 손주 소풍 사진을 보시고 두 분이서 대화를 나누시다 허기가 지시다며 일어나셨다.


집으로 돌아가시면서 나에게 아들 잘 챙기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시부모님이 떠나고 나니 남편이 왠지 모르게 더 짠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본인 부모님이니 모라 말은 못 하고 남편 속도 어지간히 좋지 않을 거 같았다.


“통증은 없어?”


“없어. 괜찮아.”


“아까 내가 애기한 것처럼 오늘은 수술 결과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있자.”


“이따 오빠 병원밥이라 모 다른 거 먹고 싶은 거 있어? 사다 줄게. 이 근방에서 아르바이트한 적 있어서 이 근처 잘 알아.”


“아니 괜찮아.”


“말해. 잠도 안 오면서 눈감고 있지 말고 과자도 사다 줄까?”


이미 끝난 수술 결과를 되돌리수도 없고 오늘 아침부 터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져 이제 그만 힘들고 싶었다.


잠깐이라도 그냥 다 잊고 평소처럼 지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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