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야 고생 많았어.

오늘 하루 어땠나요?

by 백소라

고단하다.


유난히 힘들고 많은 일과 누적된 피로로

마음도 머리도 몸도 생각도 온통 고단한 하루였다.

나는 이렇게 고단할때는 아이들이 유난히 보고싶다.


바쁜마음을 뒤로하고, 가방을 챙겨 퇴근한다.

노트북에 책까지 빼곡히 채워진 무거운 가방을 차에 둔채, 아이들을 맞이하러 유치원 문앞에 섰다.


오늘은 유치원에서 파자마파티가 있는 날이라. 저녁까지 아이들이 놀다 오는 날이다. 이제 내년이면 초등이 되는 녀석들에겐 동갑내기 친구들과의 추억을 한페이지 더 남겨주기 위한 유치원의 이벤트였다.


아빠 엄마가 한녀석을 양손잡고 데려가고,

엄마가 아빠가 녀석들을 데리러 와서 삼삼오오 모여간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무색하게도 참말로 따뜻한 모습들이었다.


오늘하루의 피로를 가득 실어 무거운 코트를 걸친 소라가 문앞에 선다.

녀석들의 이름이 호명되고 나를 발견하고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뛰어나오는 녀석들을 보니, 그리도 무겁던 코트도 새털처럼 가볍다.


양손가득 팔벌려 안아주고는 내 작은 양손에 녀석들의 따뜻한 손을 잡고는 차로 향한다.


"엄마엄마~ 오늘 우리 되게 슬펐어. 막 슬픈노래도 듣고 졸업한다고 선생님도 막 울었어~"


" 그랬구나~ 엄청 슬펐겠다 "


" 엄마~ 나 근데 김치전 먹고 싶어~~~"


"그래? 엄마가 그럼 해줘야지~ 근데 저녁 먹지 않았어?"


" 어 꼬마돈까스랑 피자도 먹었어~ 근데 나는 배고파~"


슬픔도 이기는 식욕을 뽐내는 녀석들이 마냥 사랑스러워서 힘든것도 잊는다.

귀여운 먹보꼬마의 주문에 엄마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코트만 걸어놓고는 또다시 앞치마를 동여맨다.

오늘은 녀석들이 저녁을 먹고 오는 날이라 집에가서 빨리 쉬어야겠다 하던 참이었다.


부침가루를 붓고 김치를 꺼내고 송송 썰어 기름을 붓고는 맛있게 칙칙~ 김치전을 부친다.


그리고는 그런 내모습을 보며 혼자 생각한다.


'소라야~ 고생많았어.

힘들었지? 뭐먹고싶어? 내가 해줄게~'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해주면 참말로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도 나같은 엄마가. 나같은 친구가. 나같은 누군가가 있다면 참 좋겠다.


김치전은 접시에 옮길 틈도 없이 줄서서 받아먹는 세녀석의 성화에 불티나게 팔려간다.


그렇게 김치전을 부랴부랴 부쳐내는 '내'가 있는 녀석들이 그저 부럽다.


" 맛있어? 그렇게 맛있어? 뜨거워 조심해~"


행복한 얼굴로 먹는 녀석들의 모습을 보는것이 어쩌면, 내게는 그 어떤 위로보다도 더 큰 위로일테다.


나도 좀 기대고 싶다. 말로는 그러지만, 나와 함께 해주는 녀석들이야 말로 나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대어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고단한 몸을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방 침대에 누워본다.


"엄마! 오늘 우리랑 잘거야? 같이 잘거야? 응응??"


신이난 먹보꼬마의 물음에 엄마는 그저 웃으며


"그래 자자~~ 엄마 너무 피곤해~~~" 하고는

녀석들방에 몰라라 누어본다. 내 방으로 빨리가서 자고싶다던 생각은 그저 또 잊은채.


양팔에 두녀석과 그틈으로 들어오겠다고 안달이난 막내녀석까지.

내게는 참말로 세상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세 아들이 있다.


엄마 피곤해가 무색하게 잠이 들 때까지

"이제 내가 말할 차례야~~" 하며 쫑알쫑알 쏟아지는 녀석들의 이야기.


이 시끄러운 행복이 오늘도 나를 살게 한다.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21화엄마의 두 번째 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