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겨울잠

꿈을 꾸는 가을날

by 백소라

'빼곡한 가을 한 장 접어다

너의 우체통에 넣었어'

- 아이유의 '겨울잠'-


아이들과 가을날 함께 공원으로 나들이를 갔다. 나서기 전부터 아이들은 분주하다.

공원에서 날릴 종이비행기를 접느라,

나들이에서 먹을 간식을 챙기느라,

야외에서 놀겠다고 공도 챙기느라,

거울을 보며 한껏 멋을 내느라 모자도 써본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공원에서 아이들이 챙겨 온 것들은 짐이 돼서 다 내 곁에 머문다.

바리바리 싸 온 것들은 엄마에게 내팽개치고 부랴부랴 다니느라 바쁘다.


'우와 엄마 엄마 이것 좀 봐요!'


한 녀석이 불러 뱀을 보라면 가서 놀라 주다가

한 녀석이 불러 거미를 보라면 가서 놀라 준다.


그렇게 내내 다니다가 발견한 놀이터.

다니다가 맘에 든다며 소중하게 주워서 손에 쥐었던 나무막대기도 내동댕이 치고는 달려간다.


이 공원의 가장 힐링 포인트는,

놀이터 앞 커다란 벤치와 받침대였다. 지난번 왔을 때는 독서대와 책을 보는 아이들도 있었더랬다.


나는 그곳에 앉아서 아이들에게 소리친다.


"그럼 엄마는 여기서 있을게~~"


그리고는 한적한 일요일 늦오후에 사방을 둘러보며 그제야 공원에 왔음을 채감하고 가을을 흠뻑 맞는다. 문득 음악이 있으면 좋겠구나 싶어. 곡을 선곡하다가 아이유의 '겨울잠'을 틀어본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가사와 음악과 목소리가 가을바람과 향기와 분위기에 젖어 순간 글이 너무 쓰고 싶어지게 한다.


막내 녀석 종이접기를 해야 한다며 챙겨 온 색색깔 종이와 종이가 구겨질까 봐 받침대에 꽂아온 그것을 꺼낸다.


혹여나 볼펜이 없으면 어쩌지 불안한 마음에 가방을 휘저으니 볼펜이다!

이 반가움을 어찌 표현할 수 있으랴? 그날의 가을을 쓰는 시간은 무조건 펜으로 써야 맛이 나는 시간이었으리라.


음악을 틀고 슥슥 글을 써 내려간다.

30분 남짓 내게 주어진 그 시간은 내 40대의 글 쓰던 어느 순간으로 너무도 예쁘게 기억될 순간이었다.

새벽녘에 글을 쓱쓱 써 내려갔다가 아침에 읽으면 얼굴이 붉어져 몰래 버리던 그런 글처럼 지금은 너무 읽기도 부끄럽지만. 내 소중한 글이고 그 순간이었으리라.


꿈을 꾸는 가을날

' 빼곡한 가을 한 장 접어다

너의 우체통에 넣었어'


가사가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만들어서 볼펜을 꺼낸다

이 순간 나는 꿈을 꾸는 걸까?

선물 같은 지금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참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렇게 단단한 행복을 주는 건, 무엇보다 아이들이다. 함께 와서 나는 꿈꾸듯 글을 쓰고, 녀석들은 놀이터에서 꿈도 못 꿀 것들을 하느라 바쁘다. 내가 혼자라면 과연 행복할까?

아니지. 아이들이랑 함께라서.



'엄마~추워~~~ 이제 가자~~'


쉼 없이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춤을 추던 볼펜이 이내 멈춘다.


'어 그래 가자~~~'


가을 어느 날 나는,

겨울잠을 자며 꿈을 꾸듯 그 순간을 예쁘게 마음에 새기고 돌아온다.


아이들이 주던 틈에서

아이들이 주는 멈춤으로

그렇게 작가를 꿈꾸는 엄마는


오늘도 조금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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