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것은 원래 싼 것.
또 새로운 계절의 한철이 시작이다.
쌀쌀한 가을을 지나 겨울이 다가올 요즘
부쩍 입을 옷이 없어졌다.
갑자기 훌쩍 커버린 녀석들 덕에
작아진 옷들을 정리하고 새 옷을 사러 나선다.
신발을 신으면서 예산을 미리 생각한다.
오늘은 얼마를 넘기지 말고 사야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것저것 사게 되고
예상을 훌쩍 넘는 지출을 하게 된 경험이 있어
꼭 미리 정하는 습관이 생겼다.
상의 세벌씩
하의 세벌씩
청바지는 음~ 두개
아이가 한 명인 집은 의복비만 해도 1/3이겠구나.
나는 한철 옷을 사러 갈 때면 적지 않은 지출을
예상하고 나서야 한다.
그리고 나만의 철칙.
절대 싸다고 사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물려 입을 동생들이 있기 때문에 특히나 큰 녀석 옷은 좋은걸 사서 두고두고 동생들까지 입힌다.
세상에 값어치가 높은데 가격만 싼 것은 없더라.
살며 깨달은 진리이다.
그렇게 비장한 각오로 백화점 아울렛에 들어섰다.
나는 젊었을 어린 시절 동대문에서 옷장사를 한 일이 있다. 당시 원단에 대해 알고 보니 옷을 고르는 안목이 생겼다. 일단 원단을 살핀다.
아이들 옷은 특히나 세탁을 자주 해야 한다.
그래서 세탁이 용이한 옷이어야 한다. 그리고 세탁을 해도 큰 손상이 가지 않는 튼튼한 원단의 옷들을 골라야 한다. 가격이 적당하면 품질이 마음에 안 든다.
둘 다 챙길 수 없기에 결국 품질을 챙기기로 마음먹는다
작년까지만 해도 쇼핑을 해야 할 때면 아이들 없이
혼자 다녔더랬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이 커서 입어보는 과정도 필요하고, 취향이 정해져서 입지 않는 옷들이 생기다 보니 구매하는 옷의 선택권도 입는 사람에게 주는 게 맞아서 같이 다니기 시작했다.
세 녀석을 어르고 달래서
'한 번만 입어봐~ '
'아 이게 진짜 마지막이에요~~‘
이런과정 끝에 녀석들에게 겨우 맞는 사이즈들을
케치 하면 어느새 세녀석은 사라지고 없다.
양손 가득 새 꼬까옷을 사고, 오랜만에 뷔페에 들러
저녁을 해결하고 집에 오니 내 배도 부르고 장농도 배부르다
새 옷을 사는 일은,
물려 입힐 여러 번의 계절을 버텨줄 원단의 단단함
세탁에 대한 엄마의 노동 부담을 줄이는 편리함
무엇보다 까다로운 세 녀석의 취향과 요구를 한 번에 잠재울 ‘평화'를 사는 일이었다.
세상에 놀랄 만큼 싸게 파는 장사꾼은 없으며,
공짜도 없다.
그렇게 오늘도 엄마는 '물려 입힐 옷' 뿐 아니라,
'물려주고 싶은 가치관'을 동시에 챙겨서
집으로 돌아간다.
다음 계절엔 또 얼마나 클까.
세 아들 엄마의 고민은 계절마다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