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의 연애, 유딩의 애

아들들의 연애사

by 백소라

전날 조금이라도 취침시간이 늦은 날이면,

다음날 아침 우리 집은 내 목소리가 우렁차다.


"얘들아~ 일어나~~~~~"


7시부터 분주하게 아이들을 깨우는데 아들의 전화가 울린다. ‘띠링~ ’ 문자메시지였다.


'일어났지? 오늘 우리 만나서 학교 가는 거 잊어버린 거 아니지? 집 앞 횡단보도에서 만나! 까먹으면 안 된다!! '


얼마 전 공원에 아이들과 나들이 갔다가 가족끼리도 인사를 나눴던 큰아이의 반친구 여자아이였다. 키가 우리 아이보다 컸고 보기에 누나 같아 보이는 조숙해 보이는 꼬마아가씨였다.

나는 큰아이 학교에 강의를 여러 번 갔더랬는데 그때마다 내게 와서 쑥스러운 듯하게 꾸벅 인사하던 친구다.

그 문자 메시지는 아침 7시의 혼란과 소음 속에서도 유독 선명하게 꽂혔다. 평소라면 10시간 수면도 부족하여 엄마돼지가 목이 터져라 꿀꿀대면 그제서야 어슬렁어슬렁 나오던 녀석이다.


" 너 문자 왔어~~~~ "


이 한마디에 큰 녀석이 떠지지도 않은 눈을 하고는 어느새 거실이다. 피식 웃음도 나고 그런 녀석의 모습이 어느새 많이 커가는 중이라는 것이 못내 아쉽기도 한 순간이다.


유딩의 애


" 엄마~ 나 오늘은 미미랑 사귀기로 했어~"


7살 쌍둥이 중 막내 녀석은 셋 중 가장 부끄럼이 많다. 애미를 닮아 겁도 많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어려워하는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여자친구가 생긴 지 벌써 두어달쯤 되었다.

물론 큰 녀석을 겪어보니 7살의 여자친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로맨스가 떠오르는 여자친구와는 다르다. 그저 반에서 조금 더 나랑 친한 여자아이 정도랄까? 좀 더 내가 특별하게 예뻐하는 친구정도인 듯하다. 어느 날은 미미랑 어느 날은 요미랑 어느 날은 비비랑. 뭐 그런 느낌이다. 그렇게 두어 달 동안 수많은 여자친구가 바뀌었고, 오늘은 미미와 사귀는 날인 것이다.


오랜만에 맛있는 외식을 하고는 집에 돌아오는 차 안. 아침나절 꼬마아가씨의 문자도 그렇고 묘하게 장난이 치고 싶어진 나는


" 너네 여자친구 다 금지해야겠어 형아도 너도~~ "


앞만 보며 운전하던 나는 갑자기 조용해진 막내 녀석을 눈치채지 못했다. 왜 반응이 없을까 궁금해져 뒤를 돌아보았는데 녀석은 뿌에엥 울고 있었다.


" 엄마~ 미미는 나한테 하트낙엽도 주는데 왜 우리 사귀면 안 되는 거야~~ 엄마 너무해~~ "


아침에 나오던 피식 웃음이 아니라, 사랑스러움에 나도 모르게 깔깔 웃음이 났다.


"어머 엄마가 너무 미안해~~~ 장난이 치고 싶어 져서 그런 건데 정말 미안~~ 울애기 미미랑 지금처럼 사이좋게 오래오래 지내도 돼~~ "


그제서야 눈물을 그치고는 미미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수다스럽게 늘어놓는 녀석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내내 웃음이 났다.


초등의 ‘연애’

7살 때 소중한 미미 같은 친구가 아닌 진짜 여자사람 여자친구가 궁금할 나이가 되었다.

유딩의 ‘애’

소중한 친구 미미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예쁜 종이비행기를 열심히 접는 사랑스러운 순수함이다.


언젠가 녀석들이 여자사람 중에 나와는 다른 색으로 소중한 사람들이 생길 테고, 그녀를 아껴주기 위해 부던히 애쓸 날이 머지않았으려나? 그런 녀석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어느새 입꼬리가 올라가고 내내 엄마미소를 짓는다. 내 마음에 항상 장착하고 사는 말이 있다.


'나는 며느리의 남편을 키우는 중이다'


그렇다. 어쩌면 나보다 더 긴 세월 함께할 녀석들의 소중한 사람과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도와주고 알려주는 것이 부모의 자리이자 역할임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오늘도 엄마는 아이들과 자라는 중이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6화우연히 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