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배신

쓰레기 버려주는 남자

by 백소라

아이들이 이만큼 크기까지 나는 아이들의 도움이 살림하는 것에 보태진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도 느껴본 적도 없었다. 나는 나이 먹어가고 아이들은 점점 커가는 걸 체감하는 어느 날부터 나는 아이들에게 집안일을 분담하기 시작했다.


처음시작은 정리였다.

정리정돈, 책가방 정리, 빨래 내놓기, 입었던 외투정리는 아이들에게 하나씩 하나씩 주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아이들의 손이 2+2+2 무려 6개의 손을 가졌다는 걸 깨닫는다.


어느 날엔가 일반쓰레기, 음식물쓰레기, 재활용쓰레기 박스까지 바리바리 싸가던 중 음식물쓰레기를 그만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큰 녀석이


" 엄마~ 제가 들어드릴게요" 하며 달려 나온다. 고사리 손이라도 빌리라는 말이 있듯 그저 손 2개 빌린 것이 그리도 편하더라. 그렇게 무사히 쓰레기 처리를 마친 나는 다음부터는 동생들까지 합심해서 쓰레기 버리는 일을 시켜보기로 마음먹었다.


일부러 쓰레기는 3가지 이상이다

재활용쓰레기, 종이박스, 일반쓰레기 이 정도로 세녀석이 한 번에 버릴 수 있게 만들어놓는다.

음식물쓰레기는 큰아이만 겨우 해주는데 이것을 가장 어려워해서 정말 급할 때 아니면 음식물쓰레기는 내가 버리는 편이다.


"얘들아~ 쓰레기 버리는 시간~~"


순간 거실에서 '아....' 하는 탄성이 들린다.


"엄마, 진짜 이건 배신이에요! 우리 방금 전까지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였는데, 이렇게 추운데 저희를 밖에 내보내시다니!"


"고작 1층 내려가서 버리고 오는 게 뭐가 그리 춥다 그래. 추우면 잠바 입구 가~"


엄마는 아랑곳 안 하고 아이들에게 매일 저녁 치카치카를 하고 나면 쓰레기 심부름을 시킨다.


한날 같이 내려가서 쓰레기를 버리니 그렇게 신나 하던 녀석들이다. 그러나 엄마는 안 내려오는 것이 내 기준에서는 베스트이기에. 오늘도 녀석들을 부른다


"얘들아~ 쓰레기~"


아직 단어뜻도 어휘력도 부족한 7살 두찌녀석이 내게 말한다.


"엄마 이건 배신이에요! 우리를 언제까지 배신할 거예요?"


세상에 쓰레기 좀 버려주는 것이 배신이라니. 부디 녀석이 배신이란 말을 모르고 쓰는 거라 위로한다. 오늘도 배신이라는 원망을 듣지만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 손에 쓰레기봉투를 하나씩 쥐어 버리고 오게 한다.


어쩌면 미래의 며느리에게 이쁨 받게 하기 위함도 들어있다. 나 역시 칭찬해주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한다.


"어머님~ 진짜 미리 가르쳐주셔서 쓰레기를 너무 잘 버려줘요~"


미래의 모습들을 상상하며 쓰레기처리 부탁을 녀석들에게 한다. 세녀석은 가위바위보를 한다.


"가위 바위 보!"


어떤 쓰레기를 손에 들 것인지에 대한 가위바위보 겨루기이다. 이렇게 아이들의 고사리 손을 빌려 6개의 손으로 쓰레기를 쉽게 버리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1년이 되어간다.


어느날 언니와 통화중에 아이들에게 쓰레기 심부름을 시키는걸 듣고는


“정말 부럽다~~ 나는 쓰레기 버리는게 제일 싫던데 아이들이 도와주니까!“


고사리손 6개로 부러움을 산다.


나는 쓰레기조기교육으로 미래를 준비한다.

사랑받는 남편으로, 아빠로. 그리고 나의 아들들로

녀석들이 하나둘 배워감은 참말로 감동이다.


제법 쓰레기 버리는 것이 당연시되어가는 중이다. 성공이지 말이다!

고마워 아들들.

고사리 손 6개로 나는 오늘도 쓰레기를 한방에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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