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은영 Good Spirit Nov 05. 2024

물의 결

일상 一想


 

부안 격포항 24. 11. 03


 물의 결은 바람이 만든다. 바람의 크기와 방향이 물결의 크기와 방향을 만들어낸다. 물은 스스로 결을 만들어낼 수 없고 그저 바람이 이끄는 대로 따를 뿐이다. 나는 보드라운 바람이 물의 피부를 쓰다듬어 만들어내는 잔잔한 물결을 좋아한다. 잔잔한 물결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의 흐름 따위는 잊고서 한없이 빠져들고 싶어진다.


 하지만 나는 이내 바람이 이끄는 대로만 빠져들고 싶지 않아 잔잔한 물결의 흐름에서 눈을 뗀다. 자의적인 싫증을 내는 것이다. 나는 그저 무엇이 이끄는 대로 따르기를 거부하는 사람이니까. 그래서일까? 타의로 만들어진 안락한 결을 지닌 사람에게서는 싫증이 난다. 거칠더라도 자기의 삶을 살아낸 사람의 결이, 그런 사람들의 결이 질리도록 아름답다. 당신처럼.

작가의 이전글 빛과 태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