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조은영 GoodSpirit
Dec 18. 2024
나는 여러 가지를 지도하고 교육하는 강사입니다. 그 갈래 중 하나인 전래놀이 강사로서 겨울철이면 아이들에게 지도하는 놀이가 있지요. 바로 팽이치기! 지금은 강당이든 포장된 길이든 팽이를 장애물 없이 돌릴 수 있는 편편한 장소가 어디에나 있으나 과거에는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에서 돌릴 수 없었을 터이니 겨울철 빙판을 기다려야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팽이는 겨울철 놀이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도토리 모양의 나무팽이를 아이들은 참 좋아하지요. 얇은 막대 끝에 달려있는 긴 줄로 팽이를 돌돌 감고 손에 쥐었다가 팽이를 던지듯 줄을 빠르게 펼치면 팽이는 저 멀리로 휙 내던져지고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나 빙빙 돕니다.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며 빙빙 돌며 구르는 팽이를 쫓아가 긴 줄을 서투르게 휘두르지요. 그렇게 십중팔구는 쓰러지는 경험을 반복하다보면 조금씩 자기만의 방법을 터득하게 된답니다.
오늘 팽이 돌리기 수업을 지도한 학교는 유치원생부터 2학년까지 지도하는데 합쳐서 7명뿐인 아주 작은 시골 학교입니다. 오늘 1학년에 단 1명뿐인 학생이 전학을 가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한 학년이 사라져버린 학교이지요. 취학 연령층 급감으로 이렇게 학급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학교가 해마다 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아이들이 많지 않으니 한 명씩 살펴보며 놀이를 지도해주었고 10여분 지나니 2학년 3명은 알아서 잘 돌렸습니다. 그 중 한 아이는 아주 편한 자세로 앉아 팽이를 돌리고 있었지요. 팽이가 꿈쩍도 하지 않는 것처럼 한 자리에서 빙빙 도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아이는 으쓱해하며 지금 6분째 돌리는 거라고 자랑을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각자의 공간에서 보이지 않는 경계를 지키며 자신의 팽이를 돌리고 있었고요.
그런데 저 멀리 6살 ㅇㅇ이가 대자로 벌러덩 누워있었습니다.
'무슨 일일까?' 서둘러 가까이 가보니, 아이는 소매로 눈물을 닦고 있었습니다.
"ㅇㅇ아, 왜 울고 있어?"
"1분밖에 못 돌렸어요."
6분 돌리고 있는 형을 보고 자기와 비교한 것입니다.
"그래서 속상해?"
"네."
"1분이면 엄청 오래 돌린 건데, 너 오늘 처음 해봤잖아."
"..."
"처음에는 아예 못 돌리는 사람이 훨씬 많아. 그런데 1분이나 돌렸으니 잘 한 거지."
더 이상 눈물이 흘러내리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눈빛입니다.
"ㅇㅇ아, 네가 너를 칭찬해줘야지. 다른 사람의 칭찬보다 자기가 자기를 칭찬해주는 게 더 좋은 거야. 그래야 힘이 나잖아. '1분밖에 못 돌렸네.'가 아니라 '처음인데 1분이나 돌렸네. 잘했다.' 그러면 네 마음도 더 행복해지고."
아이는 두 눈에 맺힌 눈물을 소매로 꾹 눌러 닦아냈습니다. 이제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는 각오이지요. 나는 이때다 하고 아이의 어깨와 등을 받쳐 슬쩍 밀어주었고, 아이는 벌떡 일어나 다시 팽이를 칩니다. 마치 처음부터 회복될 결심을 하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지요.
팽이와 닮은 아이는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빙글빙글 잘도 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