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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밤은 아직 가까워.

언젠간 그리울 이 밤.

by 권선생

아이와 분리수면을 고려해야 할 시점은, 함께 자는 사람 중 누구든지 숙면을 취하지 못할 때라고 들은 적이 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 언제 제대로 잠든 적이 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던 터라, 그 말은 내 마음 한켠에 오래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나는 환경이 바뀔 때가 가장 자연스러운 전환점이라 생각했고, 이사 후 분리수면을 시도하기로 했다. 첫째와 둘째는 동성이 아니기에 언젠가는 각자의 방을 쓰게 될 거란 생각에, 기존의 패밀리 침대를 정리하고 각각 싱글 침대를 마련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이불도 정성껏 세팅해 주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엄마 옆에서 잠들던 시간이 익숙했던 아이들에게 '혼자 자는 밤'은 낯설고 두려운 시간이었나 보다. 그래서 아이들이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하루는 첫째 옆, 다음 날은 둘째 옆에서 자는 식으로 번갈아 가면서 잠을 재웠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덜 불안해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엄마가 옆에 없는 날이 된 아이는 엄마가 옆에 없어서 무섭다고 울며 엄마 손잡고 잔다며 잠들기 전까지 내 손을 꼬옥 잡고 자는 탓에 내 팔은 항상 가젯트 팔처럼 늘려야 하는 탓에 나 홀로 불편한 밤을 맞이했다.


"엄마 손 잡아줘."


그 목소리를 들으면 만감이 교차했다. 독립을 위한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어린데 너무 나만의 욕심으로 두려움을 견디게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나도 그 밤 속에 적응하고 있다.

거리를 두는 것과 마음을 잇는 것 사이의 균형. 서로의 독립성을 존중하면서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법. 그건 매일 밤 아이의 손을 잡아주고, 잘 자라고 속삭여주고, 꿈속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건네는 일을 연속이었다.


며칠 동안 잘 적응해 주던 첫째가 어젯밤 잠자리에서 뒤척이며,

"엄마, 오늘은 진짜 잠이 안 와. 토닥토닥해줘."

나는 이미 하루의 끝자락에 닿아 있었고, 몸은 이불속에서 잠에 빠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화를 냈다.

“얼른 자! 엄마도 피곤해.”

말을 뱉고 나서야 아이의 흐느낌이 들렸다. 혹시 지금 이 아이는 ‘필요한 순간에도 엄마에게 다가갈 수 없는 감정’을 배워가고 있는 건 아닐까. 혼자 자는 법보다 먼저, 애착과 안정감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는 게 우선이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조용히 아이 옆에 누웠다.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니, 그저 천사 같았다. ‘잘 때가 제일 예쁘다’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말일 것이다. 새근거리는 숨소리에 내 하루의 피로가 모두 녹아내렸다.

한 밤, 두 밤, 시간이 흐르면 이 잠자리도 조금씩 익숙해질 것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내 품을 떠나는 날도 올 테고, 그때가 되면 나는 오늘 같은 밤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 수면의 질은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오늘은 아이와 함께 자기로 마음먹었다. 내일은 또 스스로 잠이드는 연습을 할 테지만, 오늘만큼은 내 숨결을 느끼며 아이가 편히 잠들 수 있도록 곁에 있어주고 싶다.


문득, 이 밤이 얼마나 오래 기억에 남을지 생각해 본다.

시간이 흐르면 자장가도, 손잡는 습관도, 어색해지는 날이 오겠지만,

지금은 아직 서로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리.

그 가까움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그런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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