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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도 100퍼센트의 행복

by 잊드라

나는 기본적으로 불안도가 높고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늘 잔잔하게 고민과 걱정을 깔고 산다.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나는 그랬다.

뮤지컬이나 영화를 봐도, 휴직을 해도, 여행을 가도, 친구들을 만나도, 연애를 해도, 가족과 맛있는 것을 먹어도,

어느 정도는 아주 희미하게라도 약간의 불안과 근심거리를 끼고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최근에는 몇 주, 몇 달 동안 마음을 짓누르는 걱정거리 때문에 아침에 눈을 뜰 때도 개운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순도 100퍼센트의 행복을 느끼고 왔다.

집안에 큰일이 있는데도 고민, 걱정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진심으로 행복해서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휴지를 꺼낼 정신이 없어 손으로 쓱쓱 닦았다.

그 이후로도 며칠을 혼자 흥얼흥얼 하고 도파민이 팡팡 터져서 피곤하지 않았다.

심지어 잠도 오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저는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완벽에 가까운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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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의 인천 팬콘서트를 다녀온 후 나도 고민 걱정 없이 순수하게 행복할 수 있구나

깨닫게 되었다.

진짜 있는 힘껏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맺혔다.

입덕하면서 영상을 통해 멋진 사람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실제로 보니까

와. 그동안 내가 영상을 통해서 본 그는 실제의 그의 반의 반도 담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준호는 3시간 팬콘서트를 사회자 없이, 게스트 없이 혼자서 다 진행한다.

팬콘을 가장한 콘서트로 세트리스트 20곡이 모두 좋았지만 이번에 새로 박진영의 키스를 커버해서 화제가 되었다.




https://youtu.be/l9iVsPvBp98?si=xWCz0dzf5PKL2hDo




제발 이준호 키스 음원 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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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가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덕분에 국내에서는 최초로 5성급 호텔에도 묵어봤다.

덕질을 하며 멋진 친구들을 만난 덕분에 으리으리한 호텔에서 숙박을 해봤다.

이준호가 아니었음 못했을 경험이었다.


여러분, 덕질이 이렇게 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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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콘서트 끝나고 덕메님들이랑 맥주 한잔 하며 콘서트 뒤풀이를 하는데 너무 웃기고 재밌어서 깔깔깔깔 웃다가, 문득 제 3자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며

나 정말 행복하구나. 내가 몇 달 동안 했던 걱정들이 하나도 생각이 안 나는구나. 이게 순도 100퍼센트 행복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콘서트가 끝난 후 몇 날 며칠을 틈틈이 이준호 영상을 찾아보며 장면마다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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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멋진 사람이 이 완벽한 공연을 인대가 찢어진 상태에서 했다고 한다.

그는 한동안 목발을 짚었고 깁스를 해야 했으며 그 이후 일본 팬콘서트에서는 지팡이를 짚고 무대에 올랐다.

팬들 행복하게 해 주려고 이 악물고 혼신을 다해 춤추고 노래하는 가수.

본인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최고를 만들어내는 가수.

어찌 사랑을 안 해요?








그로부터 한 달 후.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엄청난 행복에서 다시 현실의 땅을 딛고 섰을 때는 이제 현실이라는 허탈한 감정보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걱정 없는 순수한 행복이 아직도 내게 허락되는 감정이었구나.

앞으로 다시 그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내게 열려 있구나.

한 번 해보았으니 또 할 수 있을 거야.


혹시 기회가 온다면 이런 사랑을 해보시기를 적극 권하고 싶다.

어떤 물질을 구매해도 얻을 수 없었던,

어떤 장관을 봐도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차원의 감정과 행복이 찾아온다.

이런 세상을 몰랐으면 어쩔뻔했지? 아찔할 만큼 설레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아무튼,
이준호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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