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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쿠냐

자기소개

by 잊드라 Feb 13. 2025


이준호에게 입덕하면서 다양한 사이트와 SNS를 사용하게 되었다.

이준호 관련 인스타그램, 블로그, 카톡방, 유튜브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여기에 덕질 소식이 제일 빠르다는 트위터까지 가입했다.

홈마들이 가장 먼저 사진을 올려주는 곳이 트위터였기 때문이다.

와 내가 이준호 덕분에 X(트위터)를 시작하네, 낯설고 어렵지만 재밌군.  

(홈마 = 카메라를 들고 아이돌들의 일정을 따라다니면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사람들)

  

그럼에도 커뮤니티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 다음카페 소울준호에 가입하긴 했는데 전부터 다음카페와 네이버카페는 들어가 봤었으니 카페는 진입장벽이 낮았다.


하지만 디시인사이드와 더쿠 사이트는 좀 느낌이 달랐다.

거긴 정말 차원이 다른 덕후들만 가는 곳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난 그 정도는 아니야. 난 그렇게까지 덕후는 아닌걸. 거긴 나와 결이 좀 다를 거야.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여길 가보고 깨달았다.



나 덕후 맞아. 여기 사람들이 나랑 딱 맞는 결이야.




잊모닝으로 시작해서 잊시, 잊나잇까지.

(이준호에서 따온 '잊'을 모든 단어에 붙이면 이준호 단어가 완성이 된다.)

이준호 영상 하나 뜨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함께 칭송하고 영상을 나노로 분해해서 캡처하며 감탄하는 그들!


너무 재밌고 폭풍 공감이잖아!

내가 그 극성스러운 부류 중 한 명이었네.

내가 바로 더쿠였어!


요즘 디시인사이드 이준호 갤러리와 더쿠 이준호 들어가서 매일 새로운 글 뭐 올라오나 보고 있는데, 특별한 네임드 없이 다들 익명의 더쿠들인 것도 재미있다.

보통 커뮤니티가 오래되면 네임드가 생기기 마련인데 여긴 참 공평하게 다들 익명이다.

이준호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 하나의 점이 되는 것이다.




디시인사이드에서 다운받은 이준호. 출처는 사진 속에.디시인사이드에서 다운받은 이준호. 출처는 사진 속에.




[아무튼 아이돌]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읽으며 디시인사이드와 더쿠사이트를 떠올렸다.  



"너가 이렇게 좋아해도 걔네는 너 모르잖아."

내 아이돌이 '나'라는 개인을 알 필요는 일절 없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자신들을 순도 높은 마음으로 응 원하는 팬, 그러니까 '우리'의 존재만 또렷이 알아보면 된다(말하자면 나는 윤혜은으로 god를 좋아한 게 아니라, 팬지로 그들과 관계 맺은 것이다).

팬들이 제 아이돌을 무한한 사랑과 응원으로 지지하는 것은 그 들이 무대 위에서 눈부신 모습으로 가능한 한 오래 존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지, 이토록 맹목적인 개개인의 실체를 알아봐 달라는 기대나 요구의 목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 쪽에서 전한 사랑을 그쪽에서 부디 온전히 흡수하기만을 바라는, 그리하여 이 사랑이 부디 스타의 수명에 건강한 자양분이 되기를 바라는 대단히 이타적인 자세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덕질은 우리의 자아를 'one of them' 으로 납작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덕질은 매일같이 현생을 치르느라 여기저기 붓고 생채기가 난 자아에게 비로소 쉴 틈을 만들어준다.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매몰되려는 찰나, 덕질이라는 펜스가 세워지고 지금부터는 기꺼이 them 이 될 순간이다.

덕들 스스로 지칭하는 무명의 덕후가 주는 안정감이란!

덕생은 사방이 사랑으로 가득 차 있어서 어떤 하루를 보냈든 다 괜찮아질 것 같은 대책 없는 안심을 준다.

그러는 사이 비루하거나 비대해진 자아는 회복된다.

미간에 잡혀 있던 주름이 퍼지고 평온한 표정을 되찾는다.

그러니까 덕질은 아이돌과 내가 얼마나 연결돼 있는지를 따져보며 셈하는 일이 아니다.

특별한 성취 없이도 행복할 수 있는 순수가 아직 내 안에 살아 있음을 반갑게 확인하는 일에 가깝다.

- 아무튼, 아이돌 100쪽






디시인사이드 이준호 갤러리에서는 영화 홍보도 하고(다만날 극장 상영) 이준호 드라마 촬영지에 보낼 밥차 모금도 한다.

이준호 생일을 맞아 기부를 위한 선한 모금 활동도 한다.

와. 이렇게 팽팽 잘 돌아가는 더쿠들의 모임이라니.

서로 빵야빵야 응원해 주고 이준호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는 데에 망설임이 없다.

정말 훈훈하다 훈훈해.

세상은 넓고 이런 세계를 알아가는 것도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이제는 매일 새로운 글을 시시각각 확인하고 더 이상 읽을 글이 없으면 시무룩해진다.


잊친님들!

자는 건가요?

아직까지 잠 안 자고 이준호 하는 사람이 나뿐인 건 아니죠?

덕질의 기본은 잠죽자라고 알려주지 않으셨나요?(잠죽자=잠은 죽어서 자자.)

저와 같이 이 새벽을 불태워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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