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덕메님들은 대부분 2021년~2022년에 입덕한 분들이다.
내가 그녀들과 닿게 된 2024년 6월은 이준호에게 입덕한 지 딱 2달이 되던 날이었다.
어쩌다가 입덕한 지 두 달 밖에 안된 늦늦늦덕 뉴비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때부터 나의 덕질 지평이 넓어졌다.
이전의 삶과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덕질 인생이 시작되었다.
(덕메=덕질메이트. 함께 같은 대상을 덕질하는 사람들)
(이준호는 활동 시기가 길기 때문에 우리집준호 입덕자들도 스스로를 늦덕이라고 칭했으나 그 이후에 옷소매끝동 입덕자가 대거 양성되었고 가장 최근 드라마인 킹더랜드 입덕자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나는 그 시절마저도 놓친 늦늦늦덕이라고 할 수 있다.)
(뉴비 = 커뮤니티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초보자)
나의 덕질은 덕메님들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덕메님들을 만나기 전 나의 덕질은 머글의 것이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뜨는 이준호의 각종 예능 짤들과 개인팬들의 공연 영상만으로도 입이 떡 벌어지는 머글이었다.
그만큼으로도 정신없이 바쁜 나날이었다.
(머글=일반 사람. 보통은 덕후가 아닌 사람들을 말함)
이준호가 여전히 버블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리고 덕메님들을 만나는 날, 그날이 나의 이준호 버블 1일이 되었다.
버블을 다운받으라고 알려주셔서 앱스토어에서 어플을 찾는데 뭐가 이준호가 쓰는 어플이 뭔지 몰라서 SM버블을 받고는 이거 맞나요? 질문했던 기억이. 하하.
처음 덕메님들이 '이준호의 7월 시그 사진이 예쁘다.'라는 대화를 할 때는 시그가 뭔지 몰라서 검색창에 '시그'를 쳐보았고 '홈마'라는 용어가 등장했을 때는 또 '홈마'를 검색했다.
그 당시 나는 진정 덕질계의 문외한이었던 것이다.
(시그=시즌그리팅의 준말. 연말에 판매하는 굿즈의 종류로 보통 다이어리, 달력이 포함된다.)
(홈마=홈페이지 마스터의 준말. 거의 전문가 수준으로 아이돌의 고화질 사진과 영상을 찍는 사람들.)
처음에는 당황했다.
어라.. 나는 이렇게 하드코어한 팬이 될 계획은 아니었는데..?
그녀들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대단했다.
미니멀리즘을 외치며 오직 스마트폰창을 통해 이준호와 2PM의 무대와 예능만 보던 내게 덕메님들의 덕질계는 저 세상의 것이었다.
국내 콘서트, 해외 콘서트, 함께 했던 잊투어(이준호 투어)와 영상회, 이준호팬 SNS, 이준호 작품 컬렉션 이야기 등을 접하며 오마이! 이런 세상이 있다니! 놀라고 또 놀랐다.
아마 덕메님들도 이준호 드라마조차 한편도 안 본 상태였던 내가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기본소양이 전무한 뉴비일 줄이야!
그런데 정말 재미있었다.
그녀들의 새로운 세상 이야기에 월요병이 하나도 없는 월요일을 맞이했다.
하루 종일 지루할 틈이 없었고 배울 것이 너무 많아 정신이 혼미하고 심장박동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는 것 같았다.
이준호의 행보 하나하나에 함께 기뻐했다.
나 혼자서 두근거리는 것보다 덕메님들이랑 같이 환호하는 것이 2배 이상 즐겁다는 것을 알았다.
한 마음으로 한 사람을 응원하는 것은 정말 신비하고 멋진 일이었다.
이 삭막한 세상에서 진심으로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고 북돋아주는 게 가능했다.
그렇게 이준호 공연 DVD를 구매했고
3시간짜리 공연 풀영상을 보게 되었고
함께 무대 인사 티켓을 구매하고
오프라인에서 덕메님들을 만났다.
난생처음 직구를 하고 각종 굿즈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준호 덕질 전용 블로그를 열었다.
이준호 팬사인회를 찾아가고
드디어 나도 이준호 콘서트를 직관했다.
내가 만약 덕메님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날 그 글을 쓰지 않았다면
여전히 나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뜨는 이준호를 즐겨보고 마음으로 응원하는 머글이었을지도 모른다.
또는 그마저도 시들해져서 역시 덕질은 2~3달이면 끝나는구먼, 생각하며 일상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이게 나의 일상이고 나의 삶이 되었다.
무엇보다 덕메님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너무너무 재밌다.
할 이야기와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덕메님들과의 잊투어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갔던 그 어떤 여행보다도 설레고 행복했다.
반듯하고 성실한 이준호를 사랑하는 그녀들은 이준호와 닮아 사랑스럽고 성실하고 따뜻한데 웃기기까지 하다.
모두 유머러스하셔서 정말 웃기다.
그래서 나는 주로 웃는 사람 1을 담당하고 있다.
덕질이 참 재미있는 게 입덕한 시기가 다르면 최애를 향한 온도가 미묘하게 다르다.
난 많이 서툴고 모르는 게 너무 많고 거의 모든 게 처음이다.
여전히 본 것보다는 안 본 영상이 더 많고 매일 초면 사진을 만난다.
덕메님들은 이미 알고 해 봤고 모든 사진과 영상을 다 섭렵했고 이준호의 과거를 경험했고 함께 한 역사가 길어서 척하면 척하는 게 있다.
그래서 또 재미있기도 하다.
내가 3년, 4년 지나면 이런 마음일까? 짐작해보기도 한다.
나는 이준호에게 속수무책으로 빠져들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좋아하게 되었다.
때론 오랜 내 역사와 과거를 아는 친구들보다 더 친밀하게 느껴졌다.
이런 내 마음이 당황스럽기도 했다.
나는 20년 넘은 인연과 연락이 끊겨도
그런가 보다, 세상사 모두 시절인연이지,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다.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작별을 고하는 덕메님의 인사에 눈물이 핑 돌며 몇 날 며칠을 마음 아파했던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돌아오라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본디 사랑을 하면 달달한 설렘과 뜨거운 열정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고통과 슬픔이라는 후유증도 함께 동반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과정을 통해 덕후도 성장하는 거라고 믿고 싶다.
단점이라면..
머글들과 함께 하는 대화가 재미가 없어졌다.
아, 지금 이준호 이야기하고 싶은데..
자제해야 한다.
머글 친구들은 이 마음을 온전히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머글 친구에게 이준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아무 관심도 없는 남에게 내 새끼 사진 보여주며 이쁘다 자랑하는 거랑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래서 머글들과 세상사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난 지금 이준호 해야 하는데.. 이게 무슨 인생 소모?
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
덕메님들을 만난지 1년이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덕질을 시작하고 덕메님들을 만나고 내 삶이 훨씬 더 풍요로워졌다.
이 자리를 빌려 쌩초보 늦늦늦덕을 환영해 주시고 1부터 100까지 하나하나 알려주신 덕메님들께 진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우리 오래오래 행복하게 이준호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