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특별전형이란
이준호에게 입덕한 사람들은 보통 드라마로 입덕의 시기를 구분한다.
(입덕 = 해당 연예인에게 깊이 빠지게 된 상태를 일컫는다. 단순히 좋아하는 호감과는 차원이 다른 감정을 갖게 된 사람의 상태이다.)
옷소매 입덕(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을 보고 이준호에게 빠짐), 킹랜 입덕(드라마 킹더랜드를 보고 이준호에게 빠짐), 우리집 입덕(우리집 준호 영상을 보고 빠짐) 등이 있다.
지금은 이준호 공식 빙하기로써, 나는 그중에서도 나홀로 유튜브에서 떠돌다가 이준호 알고리즘을 탄 '특별전형' 잊친에 속한다.
(빙하기 = 이준호가 방송활동을 안 하여 콘텐츠가 부족한 시기. 그는 캐셔로라는 드라마를 찍고 있었다.)
(잊친 = 이준호에게 미친, 또는 이준호를 사랑하는 친구들)
이준호의 대외적 작품 및 활동이 없는 공백기에 뜬금없이 가수 이준호에게 빠져든 인간이라는 것이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시간을 더듬어 보면 시작은 백지영이었다.
잠자기 직전에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백지영 방송사고 짤을 보게 되었다. 라이브 무대 중간에 음향 사고 때문에 핸드마이크가 투입되었는데 립싱크보다 라이브가 더 완벽한 무대였다. 백지영이 멋있고 무대가 흥미로워서 풀 영상으로 보고 싶어 유튜브로 해당 백지영 무대를 검색했다. 여기가 시작이었다.
백지영 알고리즘으로 택연 음주 무대 난입 영상을 보게 되었다. 택연이 검은 반팔 티셔츠를 입고 갑자기 백지영 무대에 올라가서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이었다. 이어서 알고리즘으로 택연 데뷔 초 영상을 보았다. 데뷔 초보다 지금이 더 멋있네 라고 생각하며 영상 몇 개를 더 봤다.
어디서부터 인지 모르겠는데 다음 다음 영상을 보는 중 갑자기 우리집 준호 영상으로 넘어갔다.
아아!
여기서부터 정신을 잃고 준호 덕질이 시작되었다.
현생 살이가 잘 안 되고 이입이 너무 심해서 연예인에게 빠질까 봐 조심조심 살아왔는데 제대로 덕통사고가 난 것이다.
(덕통사고 : 뜻밖에 일어난 교통사고처럼, 어떤 일을 계기로 하여 갑자기 어떤 대상에 몹시 집중하거나 집착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 말을 썩 좋아하진 않지만 나의 상태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한 단어이다.)
어느새 나는 알고리즘 파도에 정신을 내맡긴 채, 준호의 17살 오디션 영상을 보면서 눈물 글썽이며 그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새벽, 방구석에, 누워서 하고 있었다.
그렇게 정신을 놓은 채로 며칠이 흘렀다. 그를 알아가는 매 순간이 놀라움이었다. 그에게는 오래전 무대였지만 늦덕인 내게는 모두 신곡이고 새 무대였고 새 작품이었다.
(늦덕 = 늦게 입덕한 사람. 주로 뒤늦게 과거 영상을 보며 땅을 치고 후회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집 - 하니뿐 - 괜찮아 안 괜찮아 로 흐르면서 입덕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이준호의 외모와 춤에 홀리고 그의 빼어난 피지컬, 목소리, 능력, 연기와 작품, 많은 자작곡들에 놀라 어질어질 빠져들었던 것은 맞지만
마음 끝이 찡하게 울리고 가슴깊이 파고들어 입덕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은 준호의 지난 부지런한 시간과 노력, 성실성 때문이었다.
한 순간도 빠짐없이 너는 최선을 다했구나.
정말 멋진 사람이구나.
내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도 되는 안전한 사람이구나.
라는 믿음이 일었다.
최근 [사춘기를 위한 진로수업]을 읽다가 이런 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설명해 준 대목을 만났다.
그는 누가 봐주지 않아도, 누가 보든지 말든지, 오늘 할 일에 집중해 매일 성실하게 보냈어. 자신을 믿으면서 자기 자리에서 꽤 오랜 시간 동안 최선을 다했지. 그런 순간이 모이자, 그에게 뒤늦게 '입덕'한 사람들은 그의 외모나 노래, 춤보다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꾸준히 최선을 다한 그의 시간을 지켜보며 감동했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온 담금질의 시간이 있었기에 그가 최고의 자리에서 빛나고 있는 건지도 몰라. -권희린 [사춘기를 위한 진로수업] 누가 보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고 꾸준하게 153쪽
이준호에게 입덕한 잊친이라면 모두 공감할 구절이다.
입덕하고 놀라운 것은 현생의 아픔이 희미해졌다는 것이다. 각종 고민과 스트레스가 미약해졌다.
나에겐 최애가 있거든!
(최애 = 가장 사랑하는 대상.)
웃음이 실실난다. 일상에 ost가 깔리는 기분이다. 들었던 노래들이 머리를 맴돈다. 들을 음악이 있고 보고 싶은 영상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어라. 내가 이럴 때가 아닌데!
지금 행복하면 됐지 뭐. 그래, 이 신나는 기분을 즐기자.
한동안 이 두 가지 생각으로 혼자서 지킬 앤 하이드를 찍었다.
그러나 하나뿐인 입덕문이자 탈덕문을 굳게 닫고 못질까지 하게 한 영상이 있었으니...
2019년 3월, "JUNHO THE BEST" 콘서트에서 직접 쓴 편지를 낭독하는 준호가 말한다.
시간이 흘러 참 뜨겁게 불타오르던 우리 이름이 점차 식는다 해도
내 맘속의 2PM은 가장 뜨거운 시간으로 기억될 겁니다.
시간이 흘러 모두에게 최고가 아닐 때도 있겠지만
적어도 여러분들 앞에선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이 편해진다 해도
절대 2pm과 HOTTEST란 이름 앞에 떳떳하지 못한 삶을 살지 않겠습니다.
왜냐면 우리는 여러분들의 10년이니까.
(HOTTEST 핫티스트 = 2PM 공식 팬클럽)
영상 속 서른의 준호와 함께 질질 울며 결심했다.
앞으로 함께 가자. 남은 내 삶 이준호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