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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부모도, 불안하지 않도록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 세대>를 읽고

by 수원초이 Mar 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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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엄밀히 말하면 사교육)에는 좀 무딘 반면 나는 아이들의 놀이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신경이 쓰이는 편이다. (한 번도 바쁜 적 없지만) 아이의 일과가 어른이 짜놓은 시간표로 너무 빡빡하진 않은지, 아이의 놀이에 스스로 탐색하고 놀 여유가 충분한지, 상호작용은 적절한지, 자연에서의 시간이 있는지 살피려고 한다. 이런 고민을 자주 하게 되는 것은 요즘은 분위기상 점점 아이들 교육에 관한 열의는 넘치지만 아이들이 잘 놀기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아서이다. 동네 놀이터는 거진 텅 비어있고 옛날처럼 아이들이 무리 지어 놀러 다니는 모습도 잘 찾아보기 힘들다. 하교 시간 학교 앞에는 학원차가 이중으로 몇십 미터씩 줄 서 있고, 아이들은 저학년부터도 바로 학원으로 흩어진다.


이 책은 아동기의 스마트폰 사용이 놀이기반 아동기를 완전히 변화시켰고 아이들의 놀이의 양과 질이 하락했으며 그것이 그들의 정신 건강에 해악을 끼친다는 내용이다. 아이들은 몸으로 겪은 것과 대면관계에서 익힌 감각을 통해 자라나는데, 아이들이 가상세계에 오래 머무를수록 아이들이 실제 세계에서 경험해야 하는 것들의 기회를 빼앗긴다. 가상세계에서 주로 ‘혼자’ 장시간을 보내는 것은 장차 청소년기와 성인기 불안과 우울의 원인이 된다.


책에서 새로웠던 것은 아이들의 놀이가 방해받는 것은 온라인에서 아이들이 방치되는 것뿐 아니라 현실세계에서 지나치게 보호되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주장이었다. 어른들의 잦은 개입, 안전 지상주의,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과한 감독이 스스로 규칙을 찾고, 도전하고, 서로 타협하는 아이들의 능력을 제한한다는 것이었다. 남자아이인 첫째가 7살 무렵부터는 또래와 놀 때 과격한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별로 끼어들고 싶지 않아도 다른 부모들을 의식하면 한 마디씩 거들게 될 때가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아이들이 노는 동안 몇 분에 한 번씩 아이 수만큼 부모들의 잔소리가 끼어들어 놀이의 흐름을 깨는 것이, 이게 맞나 싶기도 했다.


저자는 어른이 개입하지 않는 아이들의 자유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주장한다. 집에서 남매가 틈만 나면 함께 노는 모습만 보더라도 끊임없이 규칙 만들기, 역할 정하기, 힘 겨루기, 타협하기(때론 협박, 때론 회유를 포함해서)를 통해서 서로의 감정을 파악하고 자기 신체 한계를 알아간다. 그 과정이 부모로서 매우 시끄럽고(?) 울고 불고 가 난무하긴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아이들은 서로를 다치지 않게 돌보고 행동방식을 모델링하면서  유용한 관계 기술을 배워나간다. 요즘엔 외동인 집이 전보다 훨씬 많은 데다가 아이들이 수시로 서로 어울려 놀 절대적인 시간이 적다는 점을 생각하면 저자의 우려가 공감이 된다. 게다가 아이의 안전을 이유로 이른 나이에 개인 휴대전화가 주어지거나 스크린 타임이 길어질수록 아이들은 서로 뒤엉켜 놀 마음과 기회를 잃어버리고, 점점 더 많은 아이들이 혼자 자라는 나무처럼 자란다.


한편, 책에서는 2010년대부터 플랫폼 회사들의 광고주 유치와 고객 데이터 수집 경쟁 때문에 인간 심리와 뇌 현상을 고도로 이용한다고 지적한다. 즉각적인 관심 또는 비판과 양으로 환산되는 피드백들이 슬롯머신 당기듯 사람을 끊임없이 SNS 활동에 매여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로써 사람들은 ‘자기에 대한 생각’이 과도해지게 된다. 마음과 정신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공동체 의식, 자연에의 경외감 등 ‘자기 초월’의 경험을 통해서인데, 스크린타임이 너무 긴 현대인들은 거의 하루종일 자기에 대한 의식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사람들은 화면 속 ‘개인’들과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모두가 개인화되어 간다. SNS를 매개로 한 상업이 보편화되고 개인의 ‘브랜드화’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사람들은 공동체 안의 일상적인 삶의 가치를 잊고 주목받고 성공하고 유명해져야 한다는 판타지에 빠진다. 사교육 시장의 열풍도 이런 매체들을 통해 더 불붙는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아이들이 모두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갈 사회적 논의와 토론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고, 뭐든지 대안 방편을 통해 자기 아이에게 더욱더 투자하는 것을 미덕처럼 여겨진다. 이 모든 게 너무 당연한 현실에서 이 책은 무엇이 당연하지 않은지,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작년에 큰 화제였던 이 책은 혼자 읽기보단 함께 읽어야 유익한 책이다. 개인 차원의 실천뿐 아니라 부모들, 학교들, 정부가 함께 논의하고 행동해야 방침들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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