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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같이 가자

남매와 함께 한 일본 소도시 여행

by 수원초이 Jan 31. 2025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과 개인의 삶에서 균형을 맞추기가 참 어려운 영역 중 하나는 여행이다.


종종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때마다 고민에 빠진다. 여행을 짧게 가더라도 아이들을 떼어 놓고 갈 것인가, 아니면 아이들을 동행할 것인가. 고민이 길진 않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려면 당연히 돈도 더 들고 내가 가고 싶은 대도시는 아직 포기해야하지만, 그래도 또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을 선택한다. 여러 마음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아이들과 같이 올걸‘ 하는 후회를 여행에 남기고 싶지 않아서인 것 같다.

이젠 인적이 드문 오래 된 온천마을 유노히라. 사람 많고 관광지 느낌 뿜뿜한 유후인보다 고즈넉하고 좋았다. 오래된 온천들이 줄선 골목길을 아침에 걸으니 묘한 기분도 들었다.이젠 인적이 드문 오래 된 온천마을 유노히라. 사람 많고 관광지 느낌 뿜뿜한 유후인보다 고즈넉하고 좋았다. 오래된 온천들이 줄선 골목길을 아침에 걸으니 묘한 기분도 들었다.

아이들과의 여행은 힘겨운 면이 있다. 몇일동안 잠시도 혼자 있을 틈이 없는 것도 내 성정에 어렵고, 깡통에 든 자갈돌처럼 끊임없이 짜그락짜그락 대는 아이들 소리로 하루종일 조용한 순간이 없는 것도 버겁다. 낯선 곳에서 아이들과 여행을 하는 것은 멘탈이 파스스 부서지는 긴장과 한 숨 겨우 돌리는 휴식을 수없이 오가는 경험이다. 즐거운 순간과 피곤에 찌드는 순간이 무한히 교차한다.


이번 여행에선 일부러 사람 없고 고즈넉한 곳들을 찾아다녔다.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는 첫째의 성화가 있었지만, 먼 곳까지 와서 줄 서고 놀이기구 타고 싶지 않은 엄마의 고집으로 아이를 설득했다. 대신 여행지 곳곳에서 우연히 만나는 놀이터에서 좀 더 머무른다. 공터 구석에서 땅을 파고 돌멩이를 모으고 골목에서 막대기를 휘두르며 대장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조금 오래 기다려준다. 아이들과의 여행에서 여유공간과 여유시간은 필수이다. 아이들은 낯선 풍경에서 별것도 아닌 것들을 가지고 금새 놀이에 빠진다. 서로가 놀이친구가 되어 뭐가 그렇게 재미난지 꺄륵거리며 여행 내내 신난 모습이다. 그런 모습이 여행을 더 즐겁게 만들어준다.


키츠키 성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던 놀이터. 낡은 놀이기구들이 커다란 상록수 아래서 햇빛을 받고 있으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키츠키 성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던 놀이터. 낡은 놀이기구들이 커다란 상록수 아래서 햇빛을 받고 있으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우리의 여행에선 나만 주인공도 아니고, 아이들만이 주인공도 아니다. 나도 무언갈 포기하고, 아이들도 엄마 아빠를 위해 단념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아이들 위주의 메뉴가 있는 식당을 찾아가기도 하지만 한번씩은 부부만을 위한 식당을 선택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보다 편한 이동수단은 선택하지만, 어디를 방문할지를 내 관심사를 심사숙고한다. 나는 주로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곳, 지역 고유의 자연과 문화, 예술을 볼 수 있는 곳들을 가고 싶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아이들과 함께 나눌 질문과 대화거리가 많아서 모두에게 즐거운 스팟이 된다.


아이들을 위한 목재 놀잇감들이 있어 좋았던 오이타 현립 미술관. 전시를 보고 싶단 아이의 말에 유료 전시까지 보았다.아이들을 위한 목재 놀잇감들이 있어 좋았던 오이타 현립 미술관. 전시를 보고 싶단 아이의 말에 유료 전시까지 보았다.


균형을 맞추는 것은 쉽지는 않다. 오래 고민해야 하고 대화도 많이 해야한다. 그래도 나에게는 그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의 행복을 지켜보는 일도 내게 중요하지만 내가 즐거워야 내 여행이고 내 인생이다. 오래 생각도 정리하고, 마음도 가다듬고, 새로운 지식과 관점도 얻고, 틈틈히 대화도 하고, 가벼운 글도 좀 읽으며 보냈으니 이만하면 좋은 여행이다. 다음엔 아이들을 위한 여행도 좀 계획해볼 수도 있고, 더 긴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좋은 계기가 있으면 혼자서나, 마음 맞는 친구랑 둘이 여행을 가고도 싶다. 이 모두 균형을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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