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얼마 전 외할머니 댁에 다녀왔다. 우리 할머니댁은 강원도 삼척에 있어서 할머니 댁에 가면 어렵지 않게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신발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모래 위를 걸으며 출렁이는 바다를 향해 걸어간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물결 앞에 서서 내 앞으로 왔다가 다시 바다 쪽으로 말려 돌아가는 파도를 마주한다. 맑고 시원한 물결이 말려 돌아간 후 다시 내쪽으로 다가올 때 그 흐름이 어디까지 올라올지 가늠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게 이와 관련된 내용이다. 파도가 다시 밀려오는 순간에 파도가 나를 어디까지 덮칠지 모르는 것처럼 무언가를 배우고 습득할 때 또는 당장 앞에 닥친 시련을 극복하려 할 때 내가 해야 할 일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걱정과 두려움, 막막함이 눈덩이처럼 점점 커져만 간 경험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닥친 일을 차분히 풀어보는 것이다. ‘아 어려워 보이는 데’ 혹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네’라는 생각이 든다면 특히 더 추천하고 싶다. 막상 차분히 그 일을 파악하다 보면 사실 걱정하던 문제는 생각했던 것보다 작다. 그저 조금 낯설거나 어렵다고 느꼈던 문제에 그에 대한 나의 걱정과 겁이 둘둘 말려있었을 뿐이다. 막상 한 겹 한 겹 풀어다가 보면 생각보다 별것 아닌, 그리 곤란하지 않을 문제였을 뿐이다.
누군가 말했다. 삶은 시련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평생 고난과 시련을 외면하며 살아갈 순 없지 않은가. 시련을 극복하고 맞서는 과정에서 비로소 우리는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방법을 배운다. 지레짐작하며 걱정에 걱정을 부풀려 끙끙거리기보다 문제를 확실히 파악하고 풀어헤치는 법을 배울 때 일정한 높낮이로 출렁거리고 있는 파도를 마주할 수 있다.
오늘하루 행복을 머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