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이 Nov 20. 2024

영끌을 결심한 이유

기대보단 불안

"이러니 집값이 안 떨어지지"


생애 첫 주택 마련을 위해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다.


주변 인생 선배들의 조언은 크게 '욕심을 버리고 서울 바깥을 살펴봐라'와 '절대 서울을 벗어나지 말라'로 나뉜다.


전자를 선택할 경우 직주근접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신혼 때야 길거리에 왕복 4시간을 버려가며 출근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잘 준비를 하는 생활을 할 수 있다지만, 문제는 아이가 생기고 나서다. 부부 대신 아이를 돌봐줄 양가 부모님이 모두 지방에 거주하는 경우 육아를 위해 누군가 한 명은 회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언젠가는 직면하게 된다.


후자를 선택할 경우 영끌에 준하는 대출이 필요하다. 서울 외곽으로 빠져도 아파트 가격이 10억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다. 저연차가 본인이 번 돈으로는 전혀 살 수 없는 가격이다. 보수적으로 대출 5억원은 받아야 하는데, 연봉 5천만원 기준 30년 동안 갚는다고 할 때 DSR 2단계를 적용하면 70%로 영끌 수준이다.


부부 합산 소득을 생각하면 DSR 30% 수준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고민해 볼 수는 있겠다.


이때 내가 우선 후자를 고민해 보기로 한 건 '향후 집값 상승 기대'보다는 '향후 집값 하락 불안' 때문이었다.


서울과 그 외 지역 가격을 살펴보면 상승기에는 서울이 더 오르고 하락기에는 서울이 덜 빠지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30평대 8년차 아파트의 5년래 시세를 예시로 살펴보자.


서울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신반포팰리스는 올해 9월 33억8천만원에 거래됐다. 5년 전 시세는 23억원 안팎이었다(21층 23억4천500만원, 10층 22억9천만원). 5년 만에 10억원 넘게(47%) 올랐다.


반면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평촌더샵센트럴시티는 올해 9월 11억8천만원에 거래됐다. 5년 전 8억4천만원보다는 3억4천만원(40.5%) 올랐다.


하락기 차이가 더 심하다.


래미안신반포팰리스는 2022년 4월 실거래가 34억2천500만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그 이후 하락기를 맞아 2023년 2월 실거래가 27억까지 떨어진다. 하락폭이 7억원(27%)이다.


하지만 그 해 8월부터 반등에 선공한 뒤 꾸준히 올라 실거래가가 올해 9월 33억8천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평촌더샵센트럴시티는 2021년 9월 실거래가 14억5천만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뒤 꾸준히 시세가 하락하다가 올해 5월 최저 실거래가인 10억7천만원에 거래됐다. 하락폭이 4억원(36%)이다.


그 이후 최고가 시절 시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10~12억원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락폭도 차이가 있지만, 서울 서초구가 1년도 안 돼서 가격 반등에 성공할 때 경기 안양시는 3년 동안 하락폭을 거의 회복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인구수가 줄어들면 서울 중앙으로 오려는 수요만 남을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까지 더해지면, 서울을 떠나자는 결심을 하기란 참 쉽지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세난민 경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