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인생 선배들의 조언은 크게 '욕심을 버리고 서울 바깥을 살펴봐라'와 '절대 서울을 벗어나지 말라'로 나뉜다.
전자를 선택할 경우 직주근접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신혼 때야 길거리에 왕복 4시간을 버려가며 출근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잘 준비를 하는 생활을 할 수 있다지만, 문제는 아이가 생기고 나서다. 부부 대신 아이를 돌봐줄 양가 부모님이 모두 지방에 거주하는 경우 육아를 위해 누군가 한 명은 회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언젠가는 직면하게 된다.
후자를 선택할 경우 영끌에 준하는 대출이 필요하다. 서울 외곽으로 빠져도 아파트 가격이 10억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다. 저연차가 본인이 번 돈으로는 전혀 살 수 없는 가격이다. 보수적으로 대출 5억원은 받아야 하는데, 연봉 5천만원 기준 30년 동안 갚는다고 할 때 DSR 2단계를 적용하면 70%로 영끌 수준이다.
부부 합산 소득을 생각하면 DSR 30% 수준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고민해 볼 수는 있겠다.
이때 내가 우선 후자를 고민해 보기로 한 건 '향후 집값 상승 기대'보다는 '향후 집값 하락 불안' 때문이었다.
서울과 그 외 지역 가격을 살펴보면 상승기에는 서울이 더 오르고 하락기에는 서울이 덜 빠지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30평대 8년차 아파트의 5년래 시세를 예시로 살펴보자.
서울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신반포팰리스는 올해 9월 33억8천만원에 거래됐다. 5년 전 시세는 23억원 안팎이었다(21층 23억4천500만원, 10층 22억9천만원). 5년 만에 10억원 넘게(47%) 올랐다.
반면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평촌더샵센트럴시티는 올해 9월 11억8천만원에 거래됐다. 5년 전 8억4천만원보다는 3억4천만원(40.5%) 올랐다.
하락기 차이가 더 심하다.
래미안신반포팰리스는 2022년 4월 실거래가 34억2천500만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그 이후 하락기를 맞아 2023년 2월 실거래가 27억까지 떨어진다. 하락폭이 7억원(27%)이다.
하지만 그 해 8월부터 반등에 선공한 뒤 꾸준히 올라 실거래가가 올해 9월 33억8천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평촌더샵센트럴시티는 2021년 9월 실거래가 14억5천만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뒤 꾸준히 시세가 하락하다가 올해 5월 최저 실거래가인 10억7천만원에 거래됐다. 하락폭이 4억원(36%)이다.
그 이후 최고가 시절 시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10~12억원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락폭도 차이가 있지만, 서울 서초구가 1년도 안 돼서 가격 반등에 성공할 때 경기 안양시는 3년 동안 하락폭을 거의 회복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인구수가 줄어들면 서울 중앙으로 오려는 수요만 남을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까지 더해지면, 서울을 떠나자는 결심을 하기란 참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