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이어와 나비효과
제자들이 가로되 여기 우리에게 있는 것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뿐이니이다.
가라사대 그것을 내게 가져오라 하시고
무리를 명하여 잔디 위에 앉히시고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사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 떡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매
제자들이 무리에게 주니
다 배불리 먹고 남은 조각을
열 두 바구니에 차게 거두었으며
먹은 사람은 여자와 아이 외에
오천명이나 되었더라.
마태복음 14:17-21
오병이어 말씀은 교회를 다니지 않더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내용이다. 한 아이의 도시락에 담긴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를 예수님께서 축사하사 남자만 5천 명을 배불리 먹이고도 열 두 바구니에 차게 남았다. 그 이후로 이러한 엄청난 축복이 재현된 적도 없었고, 현실적으로 앞으로도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 성경의 말씀 속에서는 분명히 존재하는 사건이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오병이어의 말씀으로 어떤 깨달음을 가져야 할까?
오병이어의 은혜는 그 당시 꼭 필요한 것(끼니)의 결핍을 채우고도 남는 은혜였다. 이러한 오병이어의 은혜는 모든 공동체 안에서 필요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내가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가 담긴 작은 아이의 도시락이 되기를 소망해야 한다. 내가 한 마리 나비의 작은 날갯짓에 지나지 않더라도 이를 통해 오병이어의 은혜가, *나비효과가 일어나기를 소망해야 한다.
(*나비효과: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즈(Lorenz, E. N.)가 사용한 용어로, 초기 조건의 사소한 변화가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남몰래 상상해 본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최선을 다하는 행동이 작은 날갯짓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그게 모두의 결핍을 채우고도 남을 오병이어의 은혜가, 나비효과가 된다면? 온몸이 저릿하게 저려온다.
현실적으로는 내가 뭐라고? 내가 하는 일이 뭐라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최선을 다하는 것이 뭐라고?라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범람한다. 하지만 그저 소망해 본다. 나는 내가 어떠한 길을 가게 될지, 어떠한 결과를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에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는 일들에 최선을 다해본다면 언젠가 오병이어의 축복이 있지 않을까? 이러한 소망은 아직 작은 나비들에게 큰 힘이 된다. 보잘것없는 존재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뭘까? 아빠를 떠올려 본다. 아빠는 그런 마음으로 임했다고 한다. 아빠에게 조언을 구하는 전화가 올 때가 있는데 아빠는 사람들과 통화하는 걸 굉장히 피곤해하시고 체력적으로 힘들어하신다. 하지만 이 통화가 상대방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면? 내지는 그 상대방이 듣고 다른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또 다른 상대방에게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 됐을 때에 큰 힘이 된다면? 그러한 생각으로 힘을 내서 3시간 동안 통화하셨다고 했다.
물론 결과를 우리 눈으로 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냥 그 효과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거다. 아주 보잘것없고 이 세상의 먼지보다 작은 존재일 내가 하는 어떠한 열심이, 최선이 날갯짓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기꺼이라는 대답과 함께 가슴이 끓어오른다.
작은 날갯짓이 꼭 내가 하고 싶은 일에만 비견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는 행위가 작은 날갯짓이 될 수 있다면 행복하겠지만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내가 지금 하는 회사 일이 작은 날갯짓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회사에서 2년 동안 매달 두 번째 목요일에는 자동으로 반영 및 처리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공수를 많이 들여서 처리했던 일이 있었다. 나는 일에 지대한 관심이 없었기에 개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그냥 문득 어떠한 바람이 불어서 이 부분을 개발했고 이제는 두 번째 목요일에도 공수를 많이 들이지 않아도 된다. 근데 이러한 작은 날갯짓이 미래의 어느 날 어떤 사람에게 큰 실수를 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작은 날갯짓이 나에게는 이렇게 받아들여졌다. 좋아하는 일이던지 싫어하는 일이던지 그저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에서 최선을 다해 작은 날갯짓이 되어야겠다. 오병이어의 은혜를 소망하면서 말이다.
기꺼이 바치는 일 없이는 아무것도 꽃 피지 않는다.
그대의 발길이 가는 그곳으로,
그대의 희망이 부르는 대로 전진하라.
더 이상 시를 꿈의 영토 속으로 옮겨 놓지 말라.
시가 아직 현실 속에 있지 않거든
그 속에 시를 심어라.
지상의 양식, 앙드레 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