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예배와 같이 될 때
우아하다고 생각했던 분들을 떠올려 봤다. 우아한 사람들은 개인적인 친분의 정도와는 관계없이 내 뇌리에 오래도록 남아 아직까지도 문득 떠올랐다. 우아한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중학교 때 교회 선생님이 떠올랐다. 선생님은 항상 차분한 색감의 슬랙스나 바지에 잘 다려진 셔츠와 블라우스를 입었다. 그 외의 중구난방의 다른 옷들을 입으시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선생님이 떠오르곤 했는데 스타일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반복적이고 규칙적으로 고수할 때 만들어지는구나 생각했다. 검은색 목폴라와 청바지를 보면 스티브 잡스가 떠오르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 일관된 스타일은 우아함을 자아내는 것 같다.
그리고 항상 가슴께까지 오는 차분한 머리였고, 손톱도 잘 다듬어져 있었다. 머리가 단정하려면 매일 감고 손질해야 하고 손톱이 단정하려면 2-3일 주기로 다듬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안다. 그래서 그렇게 정돈된 모습에서 호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한 때 혹독한 다이어트를 성공하신 분이라 유지를 위해 음식관리도 철저히 하셨다. 밥을 먹을 때는 야채부터 천천히 조금씩만 먹었고 과자 같은 음식을 드시는 걸 본 적이 없다. 교회 수련회에 가서 다 같이 치킨을 시켜 먹었을 때도 한 두 조각만 먹고 젓가락을 내려놓으셨다. 음식을 절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 알기 때문에 대단하게 느껴졌다.
교회에서 성경 공부를 하거나 근황에 대해 서로 대화를 나눌 때도 어린 우리들의 별 볼일 없는 이야기였지만 항상 존중하는 태도로 경청하셨고, 천천히 여유있게 대답하셨다. 그 모습을 보며 남을 존중하는 태도와 여유있는 모습에서 우아함이 자아나온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우아함의 총체는 귀족의 태도이다. 귀족들의 태도에는 자신만의 격식있는 스타일을 갖춘 모습, 흐트러짐 없이 단정한 모습, 음식을 절제하는 모습, 남을 존중하는 모습, 서두르지 않고 성급하지 않은 여유있는 모습 등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그리고 귀족들은 이러한 귀족적인 면모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의 인생 자체를 귀족처럼 살았다. 귀족들은 자신의 집이라고 하더라도 항상 동일하게 품위를 유지하지 않았는가?
그에 비해 나는 일요일 아침 교회에 갈 때 정돈된 모습으로 간 기억이 없다. 사실 제일 단정하게 차려입고 가야 하는 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주말이라는 심적 편안함과 토요일에 밤늦게 자고 폭식하는 습관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할 수 없었다. 또 전날 폭식을 하게 되면 얼굴이 부어서 꾸미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정말 부끄럽지만 얼마 전까지도 일요일의 난 이렇게 잘 정돈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나도 우아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내 일상을 먼저 건강한 루틴으로 채워야겠다 생각했다. 마치 귀족들의 일상처럼 말이다. 저녁에 항상 샤워를 하고 비슷한 시간대에 잠에 들려고 노력하면 그다음 날 준비할 시간이 부족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규칙적으로 빨래를 하고 옷을 다린다면 제 때에 잘 관리된 옷을 꺼내 입을 수 있다.
또 전날 폭식을 하는 등 잘못된 식습관을 행하고 나면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 주말을 통째로 대충 살아버리겠다고 선언하게 되어버려서 항상 내일의 나를 위해 음식을 절제해야 한다. 과자 한 개만 먹게 되어도 지금 해야 할 일을 미룬 채 넷플릭스를 보면서 누워서 먹고 싶어지고, 그러다 그저 잠들고 싶어지는 나태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귀족들이 귀족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순간을 참고 인내했던 것처럼 모든 순간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모든 순간 편한 길과 어려운 길이 주어질 때 어려운 길을 가야 내가 바라는 이 모든 것은 이루어질 수 있겠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삶의 모든 순간이 예배가 되어야 한다. 예배를 드리는 마음으로 나 자신을 가라앉히고 절제시키고 관리하는 어려운 길을 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나는 비로소 우아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익숙했던 평범한 삶을 떨쳤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바꾸려고 했다.
모든 것에 정결함, 고귀함, 품위를 부여하려 했다.
먹고 마시면서도, 말을 하고 옷을 차려입으면서도
나는 그 생각을 했다.
냉수욕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심하게 자신을 다스려야 했다.
진지하고 품위 있게 처신했으며, 몸을 꼿꼿이 했고,
걸음걸이를 좀 더 느리고 품위 있게 했다.
구경꾼에게는 우스꽝스럽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나의 내면에서 그것은 모두 예배였다.
데미안, 헤르만 헤세
얼굴과 자세에 경건함을 담아서
천사가 즐거이 우리를 도울 수 있도록 하여라.
오늘이 다시는 터 오지 않을 것임을 생각하라!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