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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뮤지엄<취향가옥> 전시

모두가 바라고 한 번쯤은 꿈 꾸는 공간의 재발견

by seesaw Mar 24. 2025

 특별 할인 정보를 공유받아 디뮤지엄 <취향가옥> 티켓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여 드디어 전시 가능 기간 하루를 남겨놓고 오늘 보러 가게 되었다.

  디뮤지엄은 대림문화재단의 또 다른 전시공간인데, 경복궁역 근처의 대림미술관은 두어 번 방문한 적이 있었으나, 디뮤지엄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고 보니 한남동에서 서울숲으로 이전한 것이라고.


 <취향가옥> 전시의 컨셉은 각기 다른 다섯 페르소나의 취향이 응축된 공간을 소재로 하여 페르소나의 집에 초대된듯한 느낌으로 관람객들에게 다가온다.

대중문화를 사랑하는 영상 감독 아들, 단아함을 드러내는 티 소믈리에 엄마, 플로리스트 아내와 셰프 남편 부부 그리고 마지막으로 갤러리스트까지 이렇게 다섯 페르소나가 등장한다.


 나는 최근에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라는 책을 읽었는데, 오늘 본 전시가 읽었던 책과 어느 정도 연계성이 있는 것 같아 전시를 더욱 재미있게 잘 본 듯하다.

가장 두드러지게 느꼈던 연계적 부분은 바로 공간 내 질감이다. 티소믈리에의 경우 전체적인 공간을 편백나무와 같이 우드톤으로 조성을 해두었고 이는 공간에서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자아내며 그 공간에 머물고 있는 사람에게 안정과 휴식의 느낌을 제공한다. '티소믈리에'라는 직업도 찻잎이라는 작은 자연에서 시작되는 직업이니 , 늘 자연과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라고 상상해 볼 수 있겠다. 이 공간에는 유명한 그림이라고 소위 말할 수 있는 김환기 화백의 작품도 두 점이나 걸려있었고, 어느 구역은 오로지 조형물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해 두었다. 그 조형물 또한 나무질감의 조형물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무엇을 보고 즐기든 간에 곧이곧대로 보지 않는 습성이 있다. 비관적인 것인지, 비판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전시를 보고  확실히 사설 미술관은 부가가치창출과 밀접하다는 것이다. 집 내부를 보여주는 것이니 당연히 옷장과 화장실 등도 같이 보여지게 되는데, 이때 소품화한 물건들, 예를 들어 옷장에 걸려있는 옷이나 혹은 배치된 향수들은 QR code를 통해 직접 구매가 가능하게끔 해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전시를 보며 페르소나들에게 동요된 관람객들은 본인도 이러한 삶을 살아보고 싶노라고 꿈을 꾸게 되고, 그 일환으로 직접 전시장에서의 동일한 물건을 살 수가 있다. 또한 누군가의 집에 초대된 느낌을 받으며 이 전시를 다 돌아보았을 때 '아, 우리 집에도 미술 작품 하나쯤은 걸어놓아야 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인테리어가 정말 잘 되어 있는  낯선 사람이 느닷없이 방문해도 괜찮을 집들을 우리는 전부 다 제 집인 양 마음껏 누빈 후 현실로 다시 돌아올 때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지도 궁금하다. 나도 이런 삶을 살고 싶다라던가, 이건 전시일 뿐 현실은 현실이라는 생각이라던지 말이다. 혹은 미술을 즐기려면 적어도 이 정도의 부는 있어야 한다는 느낌이라던가.


 그렇다면 예술을 소유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이것을 두 가지로 나누어 정의하고자 한다. 대가를 지불하여 소유를 하는 것과, 대가를 지불하기 앞서  본인만의 표현을 통해 이를 소유하는 것.

전자는 세상에서 어느 정도 경제적 지위가 있으며, 예술을 소유함에 있어 물질적인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 사람이 영위하는 행동이라고 보며, 후자는 스스로가 예술적 의미를 담아 어떤 방법이라도 상관없이 고유의 느낌으로 이를 뿜어내고 결국엔 소유함에 이르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의미에 대해 어떤 것은 틀리고 어떤 것은 옳다는 이분법적 내용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저 두 가지의 정의가 이 세상에 공존하고 있음을 말하고 싶다.

사람들은 대개 예술을 소유한다고 했을 때 전자가 더 강한 듯하다. 그렇지만 전자에 대해 뭐라 할 것도 없는 것이 이 세상은 돈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뭐든지 경제적 배경이 밑바탕에 있어야 하는 법이며, 대가가 없다면 예술가들은 길바닥에 나앉아 쫄쫄 굶고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아직까지 내가 정의한 두 가지 의미 중 후자에 속한다. 지금도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행위로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며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중이지 않는가. 이래서 예술이라는 게 참 어려운 것 같다. 저 두 가지가 공존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두 가지 개념이 서로 공존하기 위해서는 상호존중이 이루어져야 한다. 누구도 예술을 수학문제의 정답처럼 정의할 수는 없다.


 다시 전시 작품들에 대해 얘기하자면 작품을 실제로 우리 집에 걸어놓을 만한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느껴졌다. 작품을 보고 내가 느끼는 이질적인 감정들-동화 속 장면과 같은 모습에서 어떤 뒤틀림이 느껴지는 그런 느낌을 집에 두었을 때 계속해서 그런 느낌을 과연 느끼고 싶어 할지가 의문이다. 물론 평소 느끼지 못했던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끔 만들어주는 작가들의 예술적 의도와 시선은 당연히 높게 평가한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이런 작품들에 대해 직접 집에 두고픈 생각보다는 전시장에서 관람하고 바라보는 것에까지만 그치는 것이 아닌가 싶다.


  53분이라는 짧은 관람시간을 기록하긴 했으나, 다른 전시를 봤을 때보다도 새롭게 느낀 점이 많았던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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