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火旺山 ]
산행지 : 화왕산 (경상남도 창녕군)
산행일 : 2021.09.18 토요일
산행코스 : 자하곡주차장-자하곡1등산로-배바위-서문-정상(756m)-자하곡3등산로-원점회귀
난이도 : 보통
2021년 가을은 유명한 공연을 예매하듯 코로나백신 접종 예약 경쟁을 했었다. 그러다 보니 먼저 잡아놓은 일정을 앞두고도 백신접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화왕산 산행 때도 산행 하루 전에 백신을 맞게 되었다. 백신접종을 할 때는 독감 백신 정도로 치부했었는데 생각보다 아픈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다행히도 컨디션이 조금 나빠지는 정도였고 크게 아프지는 않았다.
산행을 어떡해야 하나 잠시 고민은 되었지만 도락산을 함께 올라준 '시기'라는 친구가 공지한 산행이었기에, '의리' 차원에서 산행을 진행했다.
백대명산 인증을 여덟 번째로 한 화왕산은 경상남도 창녕의 진산이다. 정상에 있는 화왕산성의 탁 트인 능선과 봄에는 진달래, 가을에는 억새가 있고, 수려한 암릉과 드라마 '허준'의 촬영 세트장까지 볼거리가 많은 산이다.
화왕산은 2008년까지 진행된 정월대보름 억새태우기 축제로도 유명했다. 안타깝게도 억새태우기 축제는 2009년 큰 인명사고가 발생한 이후로 폐지되었다. 산불을 몇 번 목격했는데 '지옥불이라는 게 이런 걸까?' 싶을 정도로 정말 무시무시했기에 산에 일부러 불을 내는 행사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었다.
9시쯤 자하곡 주차장에 도착했다. 9월 중순은 단풍을 보기에도, 억새를 보기에도 조금 이른 때였지만 맑고 화창한 날씨에 이미 기분이 좋아졌다. 산행을 신청한 일행이 모두 도착. 정비를 마치고 산행을 시작했다.
화왕산은 연이어진 관룡산, 구룡산과 연계산행을 하는 게 아니라면 비교적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산이다. 자하곡 1,2,3코스가 있는데 1코스로 올라 3코스로 하산하기로 했다. 초반에 1,2코스 갈림길이 모호할 수 있어서 지도앱이나 이정표를 꼼꼼히 봐야 한다.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산은 맞지만 초반 경사는 꽤 된다. 조금 오르다 보니 땀을 꽤 흘려서 중간에 있는 자하정에서 잠시 쉬었다.
자하정부터 오르는 길은 경치도 트이는 편이고 암릉길이 많이 나온다. 억새를 기대하고 올랐는데 수려한 암릉이 멋져서 감탄이 연이여 쏟아졌다.
“와~ 화왕산이 이런 산이였어?”
창녕에서 자랐다는 '시기'에게 몇 번을 물어보곤 했다.
1코스는 벼랑 끝선을 따라 오르는 구간이 있어 위험하고 무섭기도 하지만 순간순간 드러나는 멋진 암릉과 화왕산의 산세를 한눈에 보면서 오를 수 있다.
전망이 좋아 보이는 바위가 있어
"저기서 보면 멋지겠다" 했더니 '시기'는 성큼 뛰어오른다.
"어때 멋져?"
"와서 보세요"
'시기'를 따라 오르려고 보니 바위 아래가 너무 아찔했다.
"으.. 난 못 오르겠다."
결국 엉거주춤한 자세로 풍경을 보고 내려왔다.
중간중간 트인 경치에 연이은 감탄을 연발하며 오르다 보니 어느덧 비들재 갈림길에 다다랐다.
비들재 갈림길 근처에서 보이는 화왕산의 풍경은 절경이다. 억새로 가득 채워진 정상의 평원과 평원아래로 깎아지듯 떨어지는 절벽이 한라산 백록담을 연상케 했다.
비들재 갈림길을 넘어서면 배바위도 보인다. 배바위에 사람이 있는데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저기 사람 아냐"
"아 사람 맞네요"
"난 무서워서 못 올라갈 것 같다."
바위산을 좋아하지만 겁이 많다 보니 못 가는 구간도 많은 편이다.
배바위를 지나면 본격적인 화왕산 억새구간이 펼쳐진다.
파란 하늘과 구름, 그리고 억새의 어우러짐이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최근 몇 번의 산행 동안 흐린 날만 경험했던 터라 오늘 같이 화창한 날씨만으로 감동적이었다.
"오늘은 하늘이 다 했다!" 나도 모르게 감탄이 터져 나왔다.
보통은 배바위에서 동문을 거쳐 정상을 간다. 동문에서 조금만 더 가면 허준 드라마 세트장을 볼 수 있다. 봄철에는 드라마 세트장 주변으로 진달래 군락이 있어 환상적인 풍경이 연출된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은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아쉬움이 남지만 서문을 거쳐 바로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로 진행했다.
화왕산성은 5세기 경에 토축산성으로 세워졌다가 통일신라시대에 석축산성으로 개축되다고 한다. 조선 초에 기능을 잃었다가 임진왜란 때에 다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지금까지 비교적 잘 보전되어 왔다고 한다.
서문을 지나 정상으로 오르다 돌아봤다. 동문, 서문을 다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풍경이었다.
화왕산 정상(756.6m)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열정! 열정!'한 여성분의 도움으로 다양한 단체사진을 찍고 하산을 시작했다.
3코스 하산은 1코스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길이다. 3코스 등산로는 가파르지 않고 무난하다. 다만 트이는 곳이 거의 없다. 풍경이 크게 없어 내려가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하산하기에는 꽤 적당한 코스였다.
화왕산만 짧게 오르내린다면 1코스로 올라 3코스로 내려가는 게 가장 좋아 보인다.
오를 때와 다르게 편하게 내려가는 하산 길이다 보니 도란도란 이야기가 꽃을 피웠다. 어느덧 도성암을 지나 원점에 도착했다.
하산 후 주차장 입구에 있는 청국장 집에서 식사를 하고 산행을 마치게 되었다.
산 자체가 아름다웠고 가볍게 다녀올 수 있어서 거리가 가까웠다면 정말 자주 다녀고 싶은 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