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이란 꽃말

용담과 헬레보루스

by 해차

간단하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일기처럼 읊어볼까 한다. 집에서 뒹굴거리던 날이었다. 오랜만에 화창한 해가 떠서 맑은 하늘에 구름이 잔잔하게 깔려있던 하늘이었다. 할머니와 함께 근처 화훼 시장 같은 곳에 방문했다. 내가 평소 볼 수 없었던 종류의 꽃들이 가득했고, 갖가지 식물들에는 다양한 꽃말들이 붙어있었다.



글쓴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헬레보루스이다. 헬레보루스의 꽃말은 나의 불안을 진정시켜 주세요.이다. 첫인상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차분한 생김새로부터, 두 번째는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꽃말에 한눈에 반해버려 사랑하게 된 꽃이다. 헬레보루스와 내가 태어난 해의 동물인 백사(하얀 뱀)를 따서 어깨에 타투를 세겼을 만큼 사랑하는 꽃이다.


오늘 화훼 시장에서 마주친 나의 두 번째 마음의 꽃은 용담이었다. 용담의 꽃말은 당신의 슬픈 모습이 아름답다.이다. 두 가지 식물 모두 겉모습에 한 번, 내면의 뜻에 두 번씩 아름다움을 느꼈던 식물이다. 용담을 품어온 화분도 내 마음에 꼭 드는 것으로 구매했다. 물 머금은 흙색을 띈 도자기 화분인데 구형을 띄고 있어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오늘 가져온 용담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았다. 주로 가을에 꽃을 피운다는 것. 그리고 청자색 종 모양의 꽃을 피운다는 점이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청자색이라니. 이렇게 아름다운 색의 이름이 또 존재할까. 꽃이 피어날 가을이 조금 더 기다려진다.



올해 남은 날들은 용담의 가을 꽃과 헬레보루스의 겨울 꽃을 한 계절씩 기다리며 지내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아무 의미 없이 맞이하는 괴로운 아침을 조금 버텨내고 시간을 때우다 보면 우연처럼 하나의 행운이 찾아오는 그런 날들이 나의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매일에 행운이 따를 것이라 생각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행운이 온다면 그것도 나름 기다려볼 만하다는 조금은 희망적인 생각을 하게 된 한 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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