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의 아이

여름에 쓰는 겨울 아이의 이야기

by 해차

3월의 눈이었다. 내가 태어난 해에도 3월에 눈이 왔다고 했다. 나는 이상기후인가. 눈 내리는 하늘의 축복인 걸까. 3월에 눈이란, 특히나 3월 후반의 눈이란 아주 드물다. 올해의 나는 마음의 병으로 크게 고생했고, 입원치료를 병행할 만큼 극한의 상태에 몰렸었다. 그런 올해에도 눈이 왔었다. 올해의 생일을 그 안에서 보내게 되었다. 사실 안에서의 생활이 워낙에 단조롭고 아무런 변화도 자극도 없었기에 그저 지나가는 그런 날이었다. 생일이 지나가는 밤에 홀로 보호실에 앉아 찬 바람이 솔솔 불어 들어오는 창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했다.


세상에 온 해에도 눈으로 찾아왔으니, 이번 해의 눈으로 나를 거두어 가는구나.
그러려고 찾아온 눈이구나.

나는 유독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약했던 오른쪽 무릎이 날씨가 조금이라도 습해지면 뻐근해지는 것이 그 누구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날씨가 더워져 여름이 찾아오면 다른 아이들보다 더 빨리 온도를 감지하고 얼굴부터 시작된 땀이 온몸을 덮는 바람에 여름의 후덥지근함을 혐오했다. 다만 내가 좋아한 계절이 하나 있다. 겨울. 시리고, 아리고,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추위에 몸을 웅크리지만. 나는 겨울이 너무나도 좋다.


여름인 지금도 겨울만을 기다리고 있다. 장마가 찾아오면 무릎 통증으로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뻐근함에 한 걸음 걷기도 힘든 날들이 지속된다. 직장에 다니고, 학교를 다닐 때에는 소염진통제 한 알로 반나절을 버티곤 했었다. 그러나 회복실에 들어와 있는 지금은 그저 여름의 장마임을 무릎의 삐걱임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태어난 날에 눈이 왔다고 한다. 나는 3월 말에 태어났는데, 어떻게 눈이 왔나, 절대 믿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겨울을 유독 사랑한다는 것, 겨울에 나의 몸이 아프지 않다는 것, 오직 그 계절에만 내가 가진 마음의 아픔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봄이 찾아오면 다시 한번 원동력을 만들어 살아보자고 다짐하는 작은 회복의 동굴이 된다는 것, 그런 나를 보며 생각했다. 나는 봄에 태어난 겨울의 아이라고.


회복실에 들어온 이상, 회복을 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겨울을 기다린다. 다시 웅크릴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여전히 삶의 의미를 찾기 힘들어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봄이 오는 것 또한 기다려보려 한다. 그것만이 지금의 나의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회복을 위한 가장 넓은 한 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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